교육부, 오락가락하다… 우울증 학생 위기 4년 방치

교육부, 오락가락하다… 우울증 학생 위기 4년 방치

기사승인 2012-12-05 01:44:01
[쿠키 사회] 경기도 안성의 초등학생 김명진(가명·12)군은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 올해 초 이 학교로 전학 왔지만 친구를 단 한 명도 사귀지 못할 정도로 침울한 학생이다. 항상 풀이 죽어 있는 상태로 학교에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으며, 수업시간에는 엎드려 있기 일쑤다. 때때로 벽에 머리를 박으며 자해를 하기도 해 주변 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위기학생 안전망인 위(Wee)클래스의 전문상담사가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전문상담사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 올해 5월 계약직으로 학교 현장에 투입됐다. 학생 상담 경력이나 지식은 전무했다. 노인복지 시설에서 1년간 일한 것이 관련 경력의 전부였다. 상담사는 김군이 2학년 무렵 우울증의 계기가 된 사건을 겪었던 것으로 추측하지만 실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안성에는 위클래스의 상위 기관인 위센터도 없어서 더 이상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 김군의 위기상황은 4년째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위기학생을 돕기 위해 도입된 위프로젝트(위클래스-위센터-위스쿨)가 흔들리고 있다. 위프로젝트가 파행 운영되는 이유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오락가락 정책 때문이다. 위프로젝트가 생색내기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교과부는 위프로젝트 예산을 2009년 800억원에서 2010년 495억원으로 깎아버렸다. 이로 인해 초기부터 위프로젝트에 관여한 훈련된 상담인력들이 현장을 떠나고 비숙련 인력들이 대거 들어섰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이 발생하자 교과부 이주호 장관은 “위프로젝트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이 장관은 당시 대구교육청에서 자살사건 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전문 상담인력이 학교에 상주토록 하겠다”고 했고, 올해 2월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에서는 “연내에 모든 중학교에 위클래스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위클래스가 설치된 중학교는 2123개에 그쳤고, 미설치 학교는 1000개가 넘는다. 상담인력 배치는 요원하다. 전문상담교사의 경우 2007년 매년 100~300여명씩 꾸준히 증원해 왔으나 이 장관 취임 이후인 2011년에는 단 한 명도 배정하지 않았다. 올해는 500명을 충원했다.

장성숙 가톨릭대 교수(극동상담심리연구원 소장)는 한국상담심리학회 홈페이지에 게재한 ‘청소년 상담과 위프로젝트 발전방안’이라는 글에서 “(이런 상태라면) 조만간 허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안팎에서 그런 부정적인 평가가 나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성=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김철오 기자
yido@kmib.co.kr
김철오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