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자살… 英여왕 흉내 장난전화 방송, 결국 비극으로

간호사 자살… 英여왕 흉내 장난전화 방송, 결국 비극으로

기사승인 2012-12-09 22:13:00
[쿠키 지구촌] 영국 여왕 목소리를 흉내낸 호주 라디오 방송의 장난 전화가 결국 두 아이를 둔 간호사의 삶을 마감하게 한 비극적 사건으로 귀결됐다. 영국과 호주 양국에선 이 사건을 둘러싸고 해당 방송사를 거세게 비난하는 등 전역이 떠들썩하다.

영국 런던 에드워드7세 병원 간호사 재신다 살다나가 7일(현지시간) 병원 인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간호사는 지난 4일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목소리를 흉내낸 호주 투(2)데이 FM라디오 방송 진행자에게 속아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를 치료한 간호사에게 전화를 연결해줬던 사람이다.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살다나는 사건 이후 병원 측 조사과정에서 심한 압박감에 시달렸다.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영국과 호주에선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이번 사건 당사자를 처벌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스테판 콘로이 호주 통신장관은 “이번 방송이 당국의 민영 라디오방송 규정을 위반했는지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줄리아 길라드 총리도 간호사의 죽음에 대해 “끔찍한 비극”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해당 방송사는 프로그램 진행자인 멜 그레이그와 마이클 크리스티안을 방송에서 하차시켰다. 방송사는 “두 진행자가 간호사의 사망 소식에 깊은 충격에 빠졌다. 숨진 간호사에게 애도를 표시하기 위해 방송에 복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해당 방송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방송사와 진행자를 비난하는 글이 1만건 이상 올라왔다. 여론을 의식한 광고주들의 광고 철회 발표도 잇따르고 있다. 방송사 최대 광고주인 슈퍼마켓 체인 콜스는 8일 “비극적 결과에 호주인들이 매우 분노하고 있다”며 방송사 지원을 전면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동통신사 텔스트라, 옵터스 등도 광고 취소를 검토 중이다.

윌리엄 영국 왕세손 부부는 왕실 대변인을 통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애도를 표했다. 왕실 대변인은 “왕세손 부부는 병원의 모든 직원에게 극진한 보살핌을 받았다”며 “사건에 대해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고, 오히려 간호사들을 진심으로 지지했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김철오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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