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한 올에 아이디어 하나? 스트레스 탈모는 직업병?

머리카락 한 올에 아이디어 하나? 스트레스 탈모는 직업병?

기사승인 2012-12-13 10:54:01

[쿠키 건강] #. 서울에 사는 K씨는 유명 의류 브랜드 디자이너다. 매 시즌마다 새로운 디자인을 고안해내느라 머리를 쥐어뜯으며 아이디어를 짜내는 K씨는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생긴 탈모증상이 3년 만에 눈에 확 드러날 정도로 심해졌다. K씨는 탈모의 원인을 막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돌렸다. 머리를 써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정신적인 피로감이 심해 그 후유증으로 탈모가 진행된다고 생각해 이번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이주 간 휴가를 내고 여행을 다니면서 스트레스 해소를 할 생각이다.

돌체앤가바나의 도미니코 돌체, 유명 프랑스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 해외 유명 광고대행사 사치앤사치 CEO케빈 로버츠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창의력이 생명인 직업에서 걸출한 업적을 남겼다는 점과 모두 대머리, 즉 남성형 탈모라는 점이다. 항간에는 머리를 많이 쓰는 직업일수록 스트레스 강도가 심해 탈모의 위험성이 더 높다는 이야기가 있다. ‘대머리’가 될 정도로 고민하는 직업을 가진 K씨의 사례와 유명 디자이너 및 작가들이 실제로 대머리인 것을 보면 마치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스트레스 때문에 대머리가 될 정도로 탈모가 심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일시적으로 탈모가 생길 수 있지만 대부분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즉
머리를 쓰는 직업을 가졌다고 대머리가 된다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에 지나지 않는다. 탈모는 남성형 탈모, 여성형 탈모, 원형 탈모 등 발생 원인과 유형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다.

앞서 소개한 유명인들의 탈모 유형은 남성형 탈모로 유전 및 호르몬에 의해 발생하는 탈모 증상이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변화로 생성되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라는 물질에 대해 유전적으로 민감한 경우 발생한다.

보통 탈모라고 하면 머리가 완전히 빠지는 증상이라고 생각하지만, 남성형 탈모는 모발이 점차적으로 가늘어지며 쉽게 빠지는 증상을 보인다.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이 작용하는 앞머리, 정수리 쪽에 주로 나타나며 시간이 지날 수록 증상이 점점 심해지기 때문에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뒷머리보다 앞머리나 정수리 부위의 모발이 유난히 가늘고 힘없이 빠진다면 남성형 탈모를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탈모 치료제로는 경구용 탈모 치료제인 프로페시아와 바르는 제제인 미녹시딜이 있다. 특히 프로페시아는 경구용 탈모 치료제 중에서 유일하게 미국 식품의약청, 유럽의약청 및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전세계적으로 공인 받은 제품이다. 1년 이상 꾸준히 복용했을 때 효과가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상연구에서 프로페시아를 복용한 환자 10명 중 9명이 탈모 진행이 멈췄고, 그 중 7명 이상이 가시적인 발모 효과를 보였으며 정수리에는 물론 M자형 탈모에도 고루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르는 약물인 미녹시딜은 두피의 혈행을 도와 발모를 촉진하는 치료제로 탈모 부위에 하루 두 번 도포하여 사용한다. 이 역시 최소 6개월 이상 꾸준히 치료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탈모가 중기 이상으로 심해진 경우 고려되는 모발 이식 수술은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에 영향을 받지 않는 후두부 모낭을 탈모 부위에 이식하는 수술로 한 번 이식된 모낭에서는 탈모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아 반영구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환자의 상태와 시술하는 의사의 숙련도, 수술법에 따라 수술 결과가 달라지기 있기 때문에 모발 이식 경험이 많은 모발 이식 전문의를 찾아 자신의 상태에 대한 충분한 상담 후 수술하는 것이 좋다. 또한 수술 후에도 수술 이외 부분의 추가적인 탈모를 막기 위해서 약물치료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좋다.

근본적인 탈모의 원인은 아니지만 야근이나 과중한 업무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나 음주, 흡연 등은 남성호르몬의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건강한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등 탈모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의학적인 치료를 받는 동시에 스트레스 관리와 생활 습관 개선을 하는 것도 성공적인 탈모 탈출에 도움이 된다.

유종엽 예미원피부과 원장은 “남성형 탈모가 처음 시작되는 연령대가 주로 왕성한 사회생활로 스트레스가 비교적 높은 20~30대라 환자들 중에는 스트레스 때문에 탈모가 생긴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탈모증상을 심화시키는 일부 요인일 뿐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탈모가 치료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탈모는 조기에 진단하고 꾸준히 치료한다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질환인 만큼 따라서 탈모 증상이 의심되거나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되면 바로 피부과를 찾아 전문의와 상담을 받고 본인의 탈모 진행 정도에 맞는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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