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지창욱 “더 지독한 악역 연기하고 싶어요”

[쿠키人터뷰] 지창욱 “더 지독한 악역 연기하고 싶어요”

기사승인 2012-12-24 15:30:01

[인터뷰] “솔직히 말하면, 더 독하게 더 악하게 비춰지길 바랐어요. 아직도 ‘동해’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이미지 변신이 절실했죠. 나도 모르게 연기하면서 답답한 감정들이 쌓여 있었나 봐요. 겉으로 표출하는 역을 꼭 해보고 싶었죠.”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었다.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드라마 시작 전 10kg을 감량하며 극에 몰두하는가 하면, ‘어떻게 하면 더 나빠 보일까’ 고민했을 만큼 악역에 대한 욕심과 의지가 강했다.

SBS 드라마 ‘다섯손가락’에서 극중 최고의 작곡가 자리와 그룹의 후계자를 놓고 형 유지호(주지훈)와 경쟁하는 유인하 역을 소화한 지창욱은 최근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첫 악역이었지만, 너무 재미있는 연기였다”라며 “많이 배우고 또 더 많은 욕심을 갖게 해줬다”며 소회를 드러냈다.

“캐릭터가 너무 재미있어서 선택했었어요. 열등감은 참 재미있는 감정인 것 같아요. 꼭 이기고 싶다, 너무 부럽다, 하는 욕심과 열망으로부터 시작되잖아요. 결국 되돌아오는 상처로 인해 입체적인 캐릭터를 그릴 수 있겠다 싶었어요.”

첫 주연작 ‘웃어라 동해야’에서 정직하고 바른 청년 동해 역을 맡아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지창욱은 이후 ‘총각네 야채가게’에서 넉살 좋고 꿈과 열정이 있는 캐릭터를 선보이는가 하면, ‘무사 백동수’에서는 장애를 딛고 호위 무관까지 오른 백동수의 일대기를 그려내며 안방극장의 주목받는 신세대 남자 배우로 손꼽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창욱이라는 이름보다 ‘동해’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동해라는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강한 이미지를 안겼다는 것은 그의 연기력에 대한 칭찬이기도 하지만, 인지도에 비해 지명도가 약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때문에 악역을 맡았던 ‘다섯손가락’은 기존의 이미지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했던 작품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아쉬워요. 100% 만족은 없겠지만, 다시 하라고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사실 연기에 대한 걱정은 없었는데, 원체 ‘동해’로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괜히 갑자기 어색해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는 있었죠. 아무튼 좋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섯손가락’은 천재 피아니스트들의 사랑과 악기를 만드는 그룹의 후계자를 놓고 벌이는 경쟁을 그린 드라마. 부성그룹 후계자 자리를 놓고서 모자인 영랑(채시라)과 아들 인하(지창욱) 그리고 지호(주지훈)의 신경전과, 다미(진세연)를 둘러싼 두 남자의 삼각관계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특히 지창욱은 질투하고 시기하고 미워하는 날 선 감정들이 장면들을 꽉 채웠다. 눈물을 흘리는 감정 연기부터 질투의 화신으로 돌변하는 모습까지, 쉽지만은 연기가 버겁진 않았을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장면들이 워낙 다 세서 많이 힘들었지만, 나름 즐기면서 연기했다”라며 “어떻게 보면 화를 내면서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하고 재밌었다. 항상 참는 역만 하다가 이번에는 오히려 시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속 악역은 미움과 연민의 감정을 동시에 일으키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창욱은 “불쌍해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초반에 인하가 더 세게 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욕은 먹겠지만, 나중에 카타르시스가 더 생기지 않았을까요?”

피아니스트와 후계자는 물론 아들로서 그리고 동생으로서, 무엇보다 한 남자로서 복잡다단한 캐릭터를 빚어내는 데에는 쉽지 않은 노력이 필요했다. 먼저 드라마 촬영에 앞서 한 달간 피아노 레슨을 받으며 제스처와 표정, 손짓을 집중해서 연구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는 “대역하는 연주자들이 친절히 알려줘서 많은 것을 배웠다”라며 “피아노를 접하다보니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다섯손가락’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 쌓은 인연도 소중한 자산으로 남았다. 주지훈은 많은 대화를 통해 가까워진 좋은 선배이자 동료였고, 진세연은 한없이 밝고 맑아 함께 있으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후배였다. 무섭거나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던 채시라는 극중 캐릭터와는 달리 귀여웠다고. 나중에는 ‘선배님’에서 ‘누나’로 호칭이 바뀌기도 했다.



연기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의외의 장면에서 생겨났다. 바로 극중 주지훈, 진세연과의 삼각관계를 그리는 장면들이었다.


“삼각관계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어요. 짝사랑은 이해를 하는데, 집착은 이해하기 힘들더라고요. 지창욱은 불가능할지라도 인하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다행이었죠. 그런데 아무리 연기였지만, 기분이 정말 안 좋더군요. 다미한테 버림을 받는 거잖아요. 기분도 묘했고, 대본만 봐도 한숨이 나왔죠.(웃음)”

지창욱은 고민이 많은 배우다. 어떤 배우가 좋은 배우일까 늘 생각하고 고민한다. 그는 “배우에게 중요한 것이 연기력일까 대중성일까, 아니면 스태프들에게 인정받는 것일까 아직도 해답을 찾지 못했다”라며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딘가 그 즈음에는 가 있지 않을까 싶다. 스스로 실망할 때도 있지만 뛰다 보면 걷기도 하고, 걷다 보면 전력질주 하는 날이 올 것 같다”며 가볍지 않은 고민을 털어놓았다.

“한 선배가 조언을 해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재능 있는 배우는 없다. 노력하면 다 된다’라는 말이었죠. 정말 힘이 됐어요. 내게 많은 끼는 없지만, 노력하다보면 정상에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는 것도 하나의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한때는 자신의 ‘꽃미남’ 같은 외모로 인해 연기하게 될 캐릭터의 반경이 좁아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는 “나에게 맞는 연기가 따로 있겠지만 다양한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조급한 마음이 들었었다”라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본 적도 있지만, 정말 말 한마디 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져 앞으로 연기를 통해 보여드리는 수밖에 없구나 깨달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진한 멜로나 통통 튀는 로맨틱 코미디도 하고 싶지만, ‘다섯손가락’ 보다 더 무거운 비열한 악역을 다시 해보고 싶어요. 악독한 인물을 통해 큰 카타르시스를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어디론가 가고 있고 어딘가에는 가겠지만 '이제 시작이다' 라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하고 싶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사진 박효상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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