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5살이 되는 1989년생 뱀띠 선수들은 한국 스포츠계의 주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대표적인 선수는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을 꼽을 수 있다. 런던올림픽에서 ‘실격 파동’을 딛고 값진 은메달 2개를 따낸 박태환은 은퇴 여부를 두고 고민했지만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을 결심했다. 아직 후원사를 잡지 못해 아쉽지만 1월 중에 마이클 볼 코치가 있는 호주로 건너가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갈 계획이다.
스피드스케이팅의 대표주자 이상화(서울시청)와 모태범(대한항공)은 동계 스포츠의 대표적 뱀띠 스타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대회 남녀 500m에서 동반 우승한 두 선수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각종 국제대회에서 금빛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첫 메달 신화를 쓴 축구대표팀은 뱀띠 선수들이 유독 많다. 당시 주장이었던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비롯해 기성용(스완지시티), ‘독도 세리머니’의 주인공 박종우(부산), 김보경(카디프시티), 김기희(알 사일랴) 등 18명 가운데 9명이 89년생이었다.
현재 유럽 등 해외무대로 속속 진출하고 있는 이들은 한국 축구의 ‘황금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시작으로 새로운 월드컵 신화를 쓰는 것이다.
프로야구에서도 젊은 뱀띠 스타들이 비상을 꿈꾸고 있다. 2012년 신인왕을 거머쥔 서건창(넥센)과 한화의 신데렐라 거듭난 오선진, KIA의 붙박이 유격수 김선빈, 올해 선발투수로 완전히 자리잡은 두산의 이용찬, 2013년 1군 무대에서 첫선을 보이는 NC의 나성범 등 여럿이다. 주전으로 이제 막 올라선 이들은 올해엔 팀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다. 특히 신고선수 신화를 쓴 서건창은 2년차 징크스를 깨고 팀의 4강 진출을 이뤄내겠다는 의지가 남다르다.
한창 시즌이 진행 중인 프로농구에서는 김시래(모비스)와 최부경(SK)이 돋보인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나란히 1∼2순위로 지명받은 김시래와 최부경은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잡으며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치열한 신인왕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자프로농구 KB국민은행의 토종 해결사 강아정도 뱀띠로 팀의 주축 역할을 다하고 있다.
남녀 프로배구 뱀띠 스타로는 양효진(현대건설), 하준임(한국도로공사), 부용찬, 이효동(이상 LIG손해보험) 등이 있다.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여자프로배구의 양효진이다. 2007년 프로 데뷔 이래 3년 연속 블로킹 1위를 차지한 양효진은 올 시즌에도 공격과 블로킹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뱀띠 스포츠 스타에는 89년생과 띠동갑인 77년생도 있다. 연륜으로 무장한 이들은 선수 인생의 황혼기이지만 젊은 후배들 못지않은 의지로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 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돌풍’의 주인공인 이영표(밴쿠버)는 77년생 뱀띠다. 최근 1년 더 현역 선수로 뛰겠다고 선언한 이영표가 올해 유종의 미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골프에서는 한국 낭자군단의 ‘맏언니’ 박세리(KDB금융그룹)가 77년생이다. 박세리는 지난 9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KDB대우증권 클래식에서 우승, 국내 대회에서 9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전성기 기량을 되찾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로야구계 77년생 가운데는 한화에서 롯데로 옷을 갈아입은 장성호, KIA 투수진의 맏형 역할을 든든히 하고 있는 서재응이 눈에 띈다. 양준혁 SBS 해설위원이 갖고 있는 최다경기와 최다안타 출장 기록 경신을 위한 장성호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또 지난해 44이닝 무실점이라는 신기록을 세우며 ‘아트 피칭’의 명성을 되찾은 서재응이 올해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도 관심이다.
41년생인 김응용 감독은 올해 72살 뱀띠다. 2004년 시즌 직후 삼성 감독에서 물러난 지 8년 만의 현장 복귀한 그가 꼴찌 한화의 사령탑을 맡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