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 여성들에 물어보니… 비극의 현황 보고서

성폭행 피해 여성들에 물어보니… 비극의 현황 보고서

기사승인 2013-01-20 20: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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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성폭행을 당한 뒤로) 잘 때마다 꿈을 꿔요. 하루도 꿈을 안 꿔본 적이 없어요. 어떻게 그렇게 꿈을 끔찍하게 꾸는지….”

A씨(18·여)는 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열두 살 때부터 친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한 그는 열네 살이 되던 2008년 집을 나와 성폭행 피해자 보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A씨처럼 성폭행 피해자들은 대부분 장기간 불면증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성폭행 피해자 정신건강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성폭행 당시 손상된 신체의 회복보다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는 속도가 훨씬 더뎠다. 이 조사는 지난해 7∼11월 성폭행 피해여성 550명에 대한 설문과 8명의 심층면접을 통해 이뤄졌다.

성폭행 피해자들의 신체건강지수는 성폭행을 당하기 전 평균 2.15에서 피해 당시 4.01까지 악화됐다. 이 수치는 5점 척도로 수치가 높을수록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을 의미하며, 3점까지는 정상으로 본다.

조사 당시 피해자들의 신체건강지수는 평균 3.2로, 육체적인 피해는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신건강지수는 회복이 더뎠다. 성폭행 피해 당시 4.33이던 피해자들의 평균 정신건강지수는 조사 시점에는 3.79를 기록, 정신적 후유증이 제대로 극복되지 않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성폭행을 당한 탓에 성폭행이 범죄인지조차 모르는 피해자들도 있었다. A씨는 “성폭행을 당할 당시에는 ‘재미있는 놀이’라고 생각했다”며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심층면접에 참여한 B씨(18·여)도 “성폭행을 당하면서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들 중 일부는 성폭행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정신적 피해 증상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극심한 충격에 시달리기도 한다. 친아버지에게 여덟 살 때부터 10여년간 성폭행을 당한 C씨(25·여)는 “가족들과 함께 지낼 때는 몰랐는데 집을 나오자마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며 “너무 아프고 힘든 경험”이라고 말했다.

성폭행 피해자 중 자살을 시도한 사람도 응답자의 41.0%에 달했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43.5%), 우울감에 사로 잡혔다(38.5%)는 응답도 높게 나타났다.

조사를 진행한 김영택 연구위원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성폭행 범죄의 심각성 및 신고 제도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며 “성폭행 피해자들의 정신적인 피해를 회복시키는 치료 시스템 마련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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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sotong203@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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