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실리콘밸리’ 이곳이 뜨겁다

‘한국의 실리콘밸리’ 이곳이 뜨겁다

기사승인 2013-01-25 21:48:01

[쿠키 IT] “안녕하세요. 카카오톡 잘 쓰고 있어요.”

“저희도 한글과컴퓨터 프로그램 덕에 문서 작성 잘 하고 있습니다.”

“안랩 덕에 바이러스 걱정은 없네요.”

24일 경기도 성남시 삼평동의 보안업체 안랩 1층 회의실. 황미경 안랩 홍보부장과 카카오 이수진 홍보팀장, 한글과컴퓨터 허지연 차장은 마치 오랜 시간 알고 있었던 듯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이들의 만남은 우연찮은 기회에 이뤄졌다. 평소 IT 기업 관계자 간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황 부장이 평소 친분이 있던 허 차장에게 연락을 했다. 허 차장은 이전 직장인 다음 출신의 이 팀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세 사람이 모이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이들의 회사는 성남의 판교테크노밸리에 있었다. 세 회사의 거리는 걸어서 5분 정도다.

최근 성남의 판교테크노밸리를 비롯해 서울 구로·가산동의 서울디지털단지, 제주 첨단과학기술단지가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생태계를 만들다=1891년 당시 미국의 상원의원이었던 스탠퍼드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스탠퍼드 대학에 기증했다. 그의 재산 중엔 팔로알토 지역의 8800에이커(35.61㎢)에 이르는 목장도 포함돼 있었다. 1940년 스탠퍼드 대학은 경영 위기에 봉착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팔로알토의 목장을 빌려주는 대신 임대료를 받기로 했다. 땅값이 싼 데다 기술 이전이라는 조건까지 더해지자 기업들이 몰렸다. 베이언 소시에이트에 이어 휴렛팩커드가 들어왔고 이후 구글, 인텔, 애플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자리를 잡았다. 실리콘밸리 내 입주한 기업의 직원들은 지역 식당 등에서 스스럼없이 트렌드를 공유했다.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를 형성한 것이다. 1971년 반도체 산업 전문 정보지인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편집장인 돈 C. 호플러는 이 지역에 ‘실리콘밸리’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후 전 세계 IT 산업의 심장을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한국의 벤처기업들도 실리콘밸리 같은 생태계가 조성되기를 희망했다. 1990년대 후반 벤처 붐을 이끌었던 테헤란밸리는 벤처 거품이 빠지면서 기업들이 곳곳으로 흩어져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 지방정부가 지역 활성화를 위해 IT 기업 유치에 나서면서 ‘한국의 실리콘밸리’ 조성에 나섰다.

황 부장은 “IT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면서 “판교테크노밸리에선 점심시간 식당에 가도 예전 직장의 동료들을 만나 기술 트렌드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똑같은 듯 다르다=판교테크노밸리와 서울 디지털단지, 제주 첨단과학기술단지는 똑같이 IT 벤처기업들이 모였지만 특성은 다르다. 판교테크노밸리엔 벤처 성공신화를 이끌었던 1세대 벤처 등 중견 기업들이 주축이 됐다. 반면 서울 디지털단지엔 벤처로 성장하기 위한 스타트업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제주는 다음을 비롯해 모뉴엘, 이스트소프트 등 연구개발이나 수출이 목적인 기업들이 들어왔거나 들어올 예정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판교테크노밸리다. 성남시는 지난 2005년부터 분당구 삼평동 일원 66만1915㎡에 판교테크노밸리 조성 작업을 진행했다. 현재 안랩을 비롯해 포스코ICT, 한컴, 카카오, 웹젠, 위메이드 등 124개 업체가 입주했고 NHN,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넥슨 등도 입주를 준비 중이다.


제주도 첨단과학기술단지는 아직 생성 단계다. 분위기를 주도한 것은 다음이다. 다음은 2004년부터 순차적으로 이주를 진행해 지난해 본사까지 이주를 완료했다. 모뉴엘과 온코퍼레이션, 이스트소프트도 이주 준비에 들어갔다. 임대 형식으로 들어온 기업도 19개다. 서울과 거리상의 제약 때문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기업들은 제주라는 지역적 특성에 강점이 더 많다고 보고 있다. 교통체증이 적고 부지가 넓어 쾌적한 근무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한 기업들이 선호하고 있다. 여기에 경제자유무역특구라는 점에서 법인세 감면 등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모뉴엘 박홍석 대표는 “소프트웨어나 개발 파트가 많이 내려갈 것”이라며 “일본 중국과 가깝기 때문에 수출 기업에겐 접근성 측면에서도 제주가 더 좋다”고 말했다.

서울 디지털단지에는 크고 작은 1만여 개의 기업이 있고 14만여명의 근로자가 상주하고 있다. 아파트형 공장에는 중소 정보기술(IT)기업, 벤처회사들이 줄줄이 들어서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이지영 기자
y27k@kmib.co.kr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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