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포화 속에서 손수 지은 가평고… 60년 만에 졸업식 참석한 美 참전용사

6·25 포화 속에서 손수 지은 가평고… 60년 만에 졸업식 참석한 美 참전용사

기사승인 2013-02-08 11:09:01


[쿠키 사회] 설 한파가 매섭게 몰아친 7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가평고등학교에서는 2시간 가까이 훈훈한 졸업식이 이어졌다. 6.25 전쟁 포화 속에서 십시일반(十匙一飯) 푼돈을 모아 손수 학교를 지어주었던 미40사단 소속 한국전쟁 참전용사 5명이 60여년 만에 이 학교 58회 졸업식에 참석했다.

이들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미40사단 장병 1만5천명은 연천에서 북한군과 전투를 치른 뒤 가평 지역에 주둔했다. 당시 미40사단장이었던 조셉 클리랜드는 포성 가운데에서도 가마니 위에 천막을 치고 공부하는 학생 150여명을 보고 성금을 걷어 학교를 짓자고 제안했다.

40사단은 장병 1인당 2달러 이상씩 성금을 모으고 공병부대가 건물 신축을 맡는 등 학교 건립에 나섰다. 같은 해 8월15일 마침내 가평읍 대곡리에 교실 10개와 강당 1개의 학교가 지어졌다.

학교 이름은 19세의 어린나이에 산화한 40사단 첫 전사자 케네스 카이저 하사를 기리기 위해 '가이사 중학원'으로 정했다. 가이사 중학원은 1953년 중학교로, 1954년 고등학교로 정식 인가를 받았으며 1972년 현재 가평중과 가평고로 자리 잡았다. 백발의 노병들은 졸업식 내내 학생들이 단상에 올라 수상할 때마다 큰 박수와 흐믓한 표정으로, 때론 60년 전의 상황이 파노라마처럼 스치는 듯 잠시 회상에 젖기도 했다.

40사단 박격포 중대에 근무했던 참전용사 존 커티스(85)씨는 "한국과 가평고등학교가 너무 발전해 깜작 놀랐다. 한국과 우정을 되새기고 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줘 기쁘다"며 60년만의 한국 방문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커티스 씨는 졸업생들에게도 "대학이나 직업일선에 진출해 최고의 전문가가 되라"라고 당부하면서 “국가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만큼 넓은 세상을 많이 보고 배워서 모두 훌륭한 인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전용사 5명은 졸업식에서 미40사단 참전용사들이 손수 모은 장학금 1천 달러를 가평고에 전달했으며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이들에게 감사 메달과 감사패를 전달했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졸업식 축사에서 "정전 60주년을 맞이해 점점 잊혀가는 한국전쟁의 참상을 청소년들이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행사에 참석한 이 학교 1회 졸업생 이진백(80)씨는 “당시 자신도 40사단 장병들을 도와 학교건물을 지었다”고 회상하면서 “이들 참전용사 덕분에 자신도 신축 건물에서 무사히 졸업을 할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가평고는 2008년 ‘가이사역사관’을 만들고, 2012년에 새로 지은 기숙사를 ‘클리랜드홀’로 명명하여 이를 기념하고 있다. 졸업식에 참석한 참전용사들은 이날 오후에 가평 일대 참전용사 전적비를 둘러본 후 8일에는 판문점을 방문하고 9일 귀국한다.

가평=국민일보 쿠키뉴스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

이지영 기자
kkkwa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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