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소이현 “청담동 살고 있지만, 청바지 즐겨 입는걸요”

[쿠키人터뷰] 소이현 “청담동 살고 있지만, 청바지 즐겨 입는걸요”

기사승인 2013-02-21 08:00:01


[인터뷰] 어느새 부턴가 ‘청담동 며느리’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강남 일대에 살고 있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우아하고 단아한 부잣집 며느리를 일컫는 말로, 강남중에서도 ‘비싼 동네’라는 인식이 강한 청담동이라는 지역명이 붙여졌다.

‘청담동 딸’이 아닌 굳이 ‘청담동 며느리’가 된 것은, 태생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변수가 더 크다는 것 그래서 더욱 외향적인 면과 내적인 품격에 철두철미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 아닐까.


최근 종영한 SBS ‘청담동 앨리스’는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부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그러면서 진정한 삶의 조건을 묻는 드라마였다. 현실과 욕망에 대한 갈구와 욕망이 지속적으로 충돌함으로써, 이 시대의 현주소를 제법 리얼하게 그려내며 눈길을 끌었다.


배경도 스펙도 별 볼일 없는 ‘캔디’는 부에 대한 욕망과 갈망을 끊임없이 드러냈고, 모두가 부러워했던 사모님인 ‘청담동 며느리’는 의기양양하게 사람들을 부리며 사치를 즐겼지만 치열한 오기와 남모를 아픔이 있었다.

극중 누구보다도 빛났던 인물은 청담동 며느리 서윤주 역을 연기한 배우 소이현이었다. 여느 때보다 큰 공감을 불러 일으키며 데뷔 이래 최고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청담동 앨리스’는 매우 특별한 드라마였어요. 같이 연기했던 근영이랑도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친구처럼 너무 편하고 좋았죠. 배우들과의 호흡뿐 아니라 내가 원했던 방향으로 드라마가 흘러갔다는 점도 만족감을 높인 것 같아요.”

소이현이 연기한 서윤주는 겉은 화려해보이지만, 시부모와 남편에게 늘 만족스런 며느리이자 아내가 되려고 전전긍긍하는 인물이다. 우연히 라이벌이었던 세경(문근영)과 옛사랑인 승조(박시후)를 만나면서 ‘청담동’의 삶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자칫 문근영을 괴롭히는 악역으로 비치거나, 한없이 얄밉기만 한 캐릭터로 흘러갈 함정이 많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소이현은 내재적인 불안함을 깊이 깔아두고서 욕망과 갈등, 허무함의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풀어냈다. 때문에 서윤주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돋보였고, 그래서 드라마에서 가장 빛나는 인물이 될 수 있었다.

“저는 처음 대본을 봤을 때부터 세경보다 윤주가 더 매력적으로 보였어요. 제 성격은 많이 담아두는 스타일인데, 윤주는 정반대였죠. 그래서 연기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달까요. 윤주가 소이현이라는 옷을 입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나의 색깔이 담길 수밖에 없는데, 이번에는 유독 내 모습을 많이 투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할수록 윤주가 안쓰러웠고 그러한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잘 표현된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는 신분 상승을 위해 결혼을 미끼로 청담동에 입성하게 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이현은 실제 청담동에 살고 있다.


“집이 청담동이지만, 드라마 속 풍경과는 거리가 멀답니다. 평소에 정장 보다는 청바지에 티셔츠를 즐겨 입어요. 극중 코트를 어깨에 걸치고 나오면서 하나의 상징이 됐는데, 실제로는 정반대랍니다.”

평소에 청바지와 티셔츠를 즐겨 입고, 스스로 메이크업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는 소이현은 여고 동창인 친구들과 만나 수다 떠는 일상을 좋아한다.

“친구들은 저를 연예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각자 사는 얘기도 하고 힘든 점도 나눌 만큼 편한 사이예요. 저는 회사를 다녀보지 않았지만, 친구들을 통해 익히 들어왔죠. 졸업하고 취업하기가 얼마나 힘이 들고, 결혼에 경제적인 조건이 얼마나 중요한지를요. ‘청담동 앨리스’가 직선적인 면이 있었지만, 우리네의 현실을 잘 담은 것 같아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여성들이 특히 공감을 많이 해주신 것 같아요.”

극중 소이현은 독특한 패션 스타일로 주목을 받았다. 청담동 며느리인 만큼 값비싼 의상에 고가의 보석까지 둘렀고, 코트를 입지 않고 어깨에 걸치는 도도한 모습은 특히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다이아몬드 세트가 1억9천만 원이었고, 옷도 몇 백만원 짜리는 기본이었으니까요. 일종의 대리만족도 느꼈죠.(웃음) 하지만 고가의 소품 등으로 늘 긴장하며 있어야 했어요. 밥도 편히 못 먹었고, 늘 흰 장갑을 끼고 소품을 담당하는 직원이 곁에 따라다녔답니다.”

고가의 소품들이 워낙 잘 어울렸던 덕일까. 패션과 메이크업, 액세서리 하나하나까지 큰 화제를 모으며 여성들의 워너비 스타로 급부상 했다. 새로운 ‘완판녀’로 떠오르며 패션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 옆에 있던 소이현의 소속사 관계자는 “이번 드라마로 CF 모델 섭외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그랬듯 소이현은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가 강하다. 그는 “예전에는 그런 고정된 이미지가 싫었는데, 지금은 나에게 어울리는 거니까 피하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라며 “사실 푼수 같은 캐릭터도 여러 번 했었다. 대사도 잘 외워지고 연기가 더 재밌다”고 했다.

지난 2003년 드라마 ‘노란손수건’을 시작으로 연기에 발을 들인 소이현은 ‘부활’ ‘태양을 삼켜라’ ‘보석비빔밥’ ‘글로리아’와 ‘넌 내게 반했어’ 등 매년 꾸준히 새 작품을 선보여 왔다. “꾸준히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라는 소이현은 “재충전의 시간도 필요하지만 촬영 현장에 있는 것이 너무 좋아 빨리 다음 작품을 만나고 싶다”며 남다른 의욕을 불태웠다.

이어 “‘청담동 앨리스’는 앞으로 내가 연기하는 데 있어서 큰 힘이 돼주는 작품이 된 것 같다”라며 “꾸준히 쉼 없이 많은 작품을 했지만 이번처럼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은 처음이라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소이현이 연기했던 윤주는 철저히 성공을 위해 계획적으로 살았던 자신의 삶에 회의감을 느끼고 남편과의 이혼을 선언했다. 그리고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지금쯤 드라마 속 윤주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소이현이 빙그레 웃는다. “또 다른 화려한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 거예요. 어딘가에 있는 시계토끼를 또다시 찾겠죠? 하지만 한 번 해봤으니까 쉬울 거예요. 인생에 정답은 없잖아요. 어떻게든 자신의 행복을 찾아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사진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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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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