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찬욱과 김지운, 봉준호 감독 등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들이 나란히 할리우드에 진출, 각각 ‘스토커’ ‘라스트 스탠드’ ‘설국열차’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세 감독에 ‘베를린’의 류승완 감독까지 더해 네 감독은 실제로도 ‘절친’ 사이.
신기하게도 비슷한 시기에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감독은 미국에서, 류승완 감독은 베를린에서 해외 촬영을 했다.
22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만난 박찬욱 감독은 “제일 친한 네 명이 비슷한 시기에 모두 외국에 나가서 촬영을 했다. 정말 세상일이 이상한 것 같다”면서 “문자나 카카오톡, 메일 등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고충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전했다.
특히 김지운 감독과는 더욱 각별했다. 그는 “같은 도시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 자주 만났다. 집도 걸어서 5분 거리였다”면서 “서로의 집에도 자주 놀러 갔고 저는 맛있는 음식점을, 김 감독은 맛있는 커피집을 발견해 공유했다”고 털어놨다.
공교롭게도 두 감독의 작품은 일주일 차를 두고 나란히 개봉한다.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는 지난 21일에 베일을 벗었고,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는 28일에 공개된다. 서로 믿고 의지하는 사이지만 약간의 경쟁심도 존재하지 않을까.
그는 “이전에도 ‘주먹이 운다’(감독 류승완)와 ‘달콤한 인생’(감독 김지운)이 같은 날에 개봉했고, ‘박쥐’(박찬욱)와 ‘마더’(봉준호)도 한 달 정도 차이를 두고 개봉했다”면서 “감독으로 살다보면 그런 일이 자주 생기는데, 경쟁심으로 변질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이번에는 각자 미국에서 외롭게 고생하며 만든 작품이기에 더욱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와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액션영화를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두 감독의 영화는 정말 재밌었었다”면서 “액션 영화를 이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여전히 액션영화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기존의 몇몇 한국 감독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하려 했으나 결국 완성하지 못하고 돌아온 사례가 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영화의 흥행 여부를 떠나 할리우드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 포기하지 않고 영화를 완성했고 개봉까지 시켰다는 것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
박찬욱 감독 역시 낯선 할리우드 시스템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손발을 맞춰오던 스태프들도 아니고 주어진 시간이 짧았기에 늘 긴장한 상태로 있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 또한 힘든 요소 중 하나였다.
그는 “‘이렇게 허둥지둥 찍으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아 몸이 많이 아팠다. 요통, 치통 등 안 아픈 곳이 없었다. 하지만 영화적으로 놓친 게 없어 정말 다행”이라며 “일 외적인 것 중에는 가족과 떨어져있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여기서 이러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충무로와 할리우드 시스템은 각각의 장단점이 뚜렷하다. 박 감독은 “두 시스템이 잘 섞였으면 좋겠지만 그러기는 힘들 것 같다”면서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한국의 시스템이 더 좋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좋은 점은 매뉴얼처럼 모든 것이 잘 짜여져 있고 약속대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예측이 가능하다. 주말에 촬영 안한다고 하면 개인적인 약속을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 모두가 목숨 걸고 영화에 매달린다. 사생활은 뒷전이 되기에 이기적인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이나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할리우드보다 한국이 훨씬 좋다”면서 “다들 미쳐서 달려간다. 만약 영화에 관계없는 사람이 와서 보면 광인들처럼 보일 것이다. 한국의 그런 열정이 더 잘 맞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스토커’는 아버지를 잃은 소녀 인디아(미아 바시코브스카) 앞에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 찰리(매튜 구드)가 찾아오고 소녀 주변 사람들이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니콜 키드먼, 미아 바시코브스카, 매튜 구드 등이 출연해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공개된 후 외신들의 호평을 받았으며, 박찬욱 감독 특유의 색을 흔들림 없이 고스란히 담아낸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올드보이’와 비교해 아쉽다는 지적이 공존한다.
그는 이런 평가에 대해 “영화를 보고 느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올드보이’는 남자의 대결을 그린 남성적인 영화라면 ‘스토커’는 소녀가 주인공으로 반대되는 성격이다. ‘올드 보이’가 힘이 좋은 영화라면 ‘스토커’는 아름답고 시적인 작품”이라며 “개인적 취향에 따라 평가도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토커’ 뿐 아닌 그의 전작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들은 보는 이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스토커’ 역시 인디아와 찰리의 관계에 대해 근친 간의 사랑이다. 혹은 찰리가 인디아의 멘토일 뿐이다 등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언론과 평단에 의해 여러 방식으로 풀이되는 것에 대해 “감독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스토커’의 찰리와 인디아 사이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찰리가 가공의 인물이라는 의견도 제시한다”면서 “감독 입장에서 다양하게 해석될만한 영화를 꾸며보고 싶었다. 그것이야말로 감독이 누리는 기쁨이고 재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이 풍부해질수록 부자가 되는 느낌이다”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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