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산과 바다 그리고 하늘에서 세상을 보는 남자

[쿠키人터뷰] 산과 바다 그리고 하늘에서 세상을 보는 남자

기사승인 2013-02-28 09:00:01

김정배 블랙야크 익스트림팀 팀장

[쿠키 생활] 정해진 시각에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직장인이라면 ‘시간이 없다’거나 ‘여유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때로는 남들과 같은 곳에서, 때로는 남들과 다른 위치에서 자연을 바라보며 자신이 원하는 즐거움을 찾는 이가 있다. 바로 블랙야크 익스트림팀의 김정배(37·사진 오른쪽) 팀장이다. 산악인 장비 지원과 신입사원 등반 교육, 제품 테스트 등 보통의 직장인과 조금 다른 성격의 업무일 뿐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다하는 평범한 회사원이라는 그는 산과 바다, 하늘을 만나면 호기심 가득한 소년이 된다.

◇바닷속 세계가 궁금해 시작한 ‘스쿠버 다이빙’= “세상은 물 밖과 물 속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산과 육지 등 물 밖 세계를 다녀보았으니 물 속의 풍경이 궁금했어요. 그래서 바닷속으로 들어가 잠시 머물 수 있는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하게 됐지요. 물론 처음 바다에 잠수할 때는 두렵기도 했어요. 호흡을 하고 몸을 가누는 것조차 힘들었으니까요. 그런데 한 번 두 번 포기하지 않고 들어가다 보니 어느 순간 익숙해지면서 육지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해양생물을 포함해 눈앞에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어요.”

바닷속 광경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을 떠올리면 ‘경이롭다’는 말 외에 적절한 표현을 찾기 어렵다며 바다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김씨와 스쿠버 다이빙의 인연은 산으로부터 비롯됐다. 산악인이기도한 그는 1994년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산악회 활동을 하며 전국의 산을 다녔고 해외 원정 등반도 10여 차례나 다녀왔다. 히말라야와 같은 극한 환경의 산을 다녀온 뒤에는 지인이 펜션을 운영하는 경북 울진에 머물며 휴식을 취하곤 했는데 2007년에도 고단했던 등반으로 인한 피로를 풀기 위해 자연스레 울진으로 향했고 바로 이 때부터 스쿠버 다이빙에 매료됐다고 한다.

“2년 만에 공기통 200개를 사용했어요. 보통 취미로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이 1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양이죠. 제가 원래 무엇이든지 처음 시작하게 되면 일정 수준에 오를 때까지 열심히 한 우물만 파는 스타일이에요.”

압축한 공기를 저장해 놓은 공기통은 핀(오리발)과 스노클, 물안경 등과 함께 스쿠버 다이빙을 할 때 갖춰야 할 장비로 바닷속에서 호흡을 하기 위해 사용된다. 한 번 잠수할 때마다 새 공기통을 메고 가야하기 때문에 다이버들 사이에서는 사용한 공기통 개수가 얼마나 많이 바다에 들어갔다 나왔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가 지금까지 사용한 공기통만 해도 300개 이상은 된다고 하니 적어도 300번 이상은 바다 속에 들어갔다 나온 셈이다.

동해에서는 울진, 서해에서는 홍도, 남해에서는 거제도와 백도, 제주도에서는 문섬 등이 그를 포함해 국내 다이버들이 즐겨 찾는 일명 ‘포인트’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이 가운데 울진 바다를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처음 시작할 때만큼 자주 찾지는 않지만 한 달에 한 번 꼴로는 스쿠버 다이빙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스쿠버 다이빙은 여름에만 즐기는 스포츠라고 생각하기 쉬어요. 하지만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일 뿐만 아니라 계절마다 특색도 가지고 있지요. 봄과 가을은 날씨가 좋은 날이 많아 야외활동을 하기에 적절하고, 겨울에는 추위를 이겨내야 하지만 미역과 다시마 등 해조류가 풍성하게 나는 시기이기 때문에 바닷속 볼거리가 더 많아집니다.”

◇하늘을 날고 싶은 바닷가 소년= 따지고 보면 김정배씨는 바다와 인연이 참 깊다. 스쿠버 다이빙이 그와 바다를 연결해 줬다는 점은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 이전부터 그는 바다를 놀이터 삼아 놀던 해안마을 소년이었다.

“전남 여수 돌산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어요. 때문에 바다는 저에게 재미있는 놀이터였고 마음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지요. 당시에는 스쿠버 다이빙이라는 것을 접해 보지는 못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바다와 가까웠던 것은 사실이죠.”

매일 바다를 보고 느끼고 자라 누구보다 바다에 익숙한 그지만 결코 바다를 우습게 여기지는 않는다. 이를 테면 스쿠버 다이빙을 처음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은지 물으니 ‘반드시 믿을 만한 강사를 알아 본 뒤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고 바다에 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스쿠버 다이빙은 생명과 직결된 스포츠에요. 혼자서 익힌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 일정 수준에 오를 때까지 자신이 선택한 강사를 믿고 제대로 배우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스쿠버 다이빙은 한 번 사고가 나면 사망 사고 등 크게 벌어지는 특성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한편 산을 오르거나 바다에 잠수하는 것이 그가 즐기는 스포츠의 전부는 아니다. 가끔은 자전거도 타고 요트와 윈드서핑도 즐긴다. 무엇이든지 호기심이 생기고 진정 원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시작한다는 그의 다음 목표는 하늘을 날 수 있는 ‘패러글라이딩’이다.

“육지와 바닷속에서 세상을 바라봤으니 이제는 하늘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 보고 싶어요. 저는 땅 위에 두 다리가 서 있어야 마음이 편안 사람이지만 조만간 꼭 패러글라이딩을 시작해 볼 생각입니다.”

산과 바닷속 세계를 경험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이제는 하늘로 오를 채비를 하고 있는 김정배씨.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자연을 벗 삼는 그의 삶을 들여다보니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로운 소년의 모습이 엿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선 기자 ujuin25@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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