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中시장 악재 속 성공 여부 ‘불투명’

한화생명, 中시장 악재 속 성공 여부 ‘불투명’

기사승인 2013-03-12 14:46:01

中 생보시장 계속된 내리막길… 금감원 지원 사격도 거의 없어

[쿠키 경제] 한화생명이 우리나라 보험사로는 삼성생명에 이어 두 번째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한화생명은 최근 1년간의 준비를 마치고 중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한화생명의 기대처럼 성공적으로 중국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까다로운 관련 규제와 중국 내 생명보험시장 불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여년간 엄청난 인구와 중국 보험업의 성장잠재력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국내외 생보사들이 경쟁적으로 중국 진출에 나섰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대부분의 생보사들이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생보사로 처음으로 진출한 삼성생명 역시 매년 적자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외국계 보험회사의 수입보험료는 475억 위안(8조3000억원)으로 시장점유율은 4.7%에 그쳤다. 이는 2007년 시장점유율 8%보다 절반이나 떨어진 수치다.

◇中 생보시장 침체기 계속돼… 한화 진출한 저쟝성 상황 더 안좋아

이처럼 외국계 보험사의 실적이 미미한 이유는 중국 보험시장 상황이 생각처럼 그리 좋지 않다는데 있다. 현재 중국 생보업계는 6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화생명에게는 큰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중국보험감독회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11월 말까지 중국 생보사들의 수입보험료는 8362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2.1% 하락했다. 지역별로도 저쟝성, 광둥성, 허난성, 산둥성 등 대부분의 성에서 감소했다.

특히 한화생명이 진출한 저쟝성의 경우 시장 상황이 더욱 좋지 못하다. 수입보험료가 전년 대비 2.5% 이상 하락해 한화생명의 경우 더욱 힘든 영업 환경에 직면해 있다.

이 마저도 중국 현지 생보사들이 점유율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시장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보험업계 관계자는 “작년 중국 보험시장 성장률은 8%로 그동안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수치다. 더욱이 손보시장의 급성장이 전체 성장률을 높였을 뿐 생보시장은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률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까다로운 中당국 규제, 업계만 가슴앓이… 금감원 등 정부 노력 전무

또한 외국계 보험사가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하는 이유로 중국 당국의 까다로운 규제를 들 수 있다. 현재 중국보험관리감독위원회의 외국계 보험사 규제는 그 어느 나라보다 까다롭다. 사업활동 허가획득, 상품유형별 인가 등 시장 접근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특히 중국 생보시장은 수십년간 양적 성장을 지향해 오다 갑작스럽게 중국경제의 체질개선 요구와 만나면서 질적 성장 위주로 전환해야 하는 과도기에 봉착했다. 이 때문에 당국의 규제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까다로워져 외국계 생보사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금융당국인 금융감독원은 아무런 대책 없이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자국 기업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기업이 스스로 중국 당국과 관련 규제를 논하기에는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이때 금융당국에서 직접 나서 자국 기업들이 마음 놓고 영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하지만 실정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 중국보감회와 우리나라 금감원 실무자 회의는 거의 전무하다. 그나마 가끔 이벤트성으로 마련된 세미나는 아무런 소득 없이 ‘보여주기식’으로 끝나는 게 다반사다.

중국 진출 생보사 관계자는 “중국에 있으면서 중국보감회 실무자와 만나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이런 현실로 인해 간단한 인허가 하나 받는 일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식의 일처리가 계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보더라도 중국시장에서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 경험 전무한 회사와 합작, 부작용 많아

또한 중국 보험관련 규정에 따라 외국계 보험회사들은 중국 현지 기업과 합자형태를 통해서만 업체 설립이 가능한데 대부분의 중국기업이 보험업 경험이 전무해 이에 따른 부작용도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2002년 미국 생보사인 뉴욕 라이프는 중국 가전업체인 하이얼과 공동 투자로 하이얼뉴욕보험을 설립했지만 예상보다 실적이 나오지 않자 뉴욕라이프와 합병 관계를 철회했고 중국 LCD생산업체 SVA도 2009년 일본 니폰라이프사와의 합작보험사를 설립했지만 지분을 전부 매각하고 시장에서 빠졌다.

한화생명의 파트너사인 저쟝성 국제무역그룹도 저쟝성 정부 산하 국유기업으로 중국 500대 기업 중 231위에 올라 있는 대형사이기는 하지만 국유자산 관리, 무역업, 투자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는 무역회사로 보험업에 대한 경험은 없다.

중국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많은 합작회사들이 의욕적으로 중국보험시장에 진출했지만 실적악화로 슬그머니 발을 빼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외국계 보험사가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선 모기업으로부터 지속적인 자금지원이 이뤄져야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어느 정도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적극적인 투자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한화생명도 초반의 고전을 딛고 정착하려면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국 기자 jkkim@kukimedia.co.kr
김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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