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자연과 하나 되는 기분, 경험해 본 사람만 알지요”

[쿠키人터뷰] “자연과 하나 되는 기분, 경험해 본 사람만 알지요”

기사승인 2013-03-19 11:32:01

임상빈 MTB 동호회 ‘팀위드(team with)’ 부회장

[쿠키 생활] “2004년 운동도 되면서 저만의 취미생활로 만들 수 있는 레저활동을 찾고 있었어요. 주변 지인들의 권유로 배드민턴도 쳐보고 등산도 다녀보는 등 여러 가지 종류의 활동을 시도해 봤지만 딱히 무엇을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쉽게 들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동네를 지나다 들른 MTB(mountain bike)전문 매장에서 입문용 산악자전거 1대를 구매한 뒤로 매주 주말이면 자전거를 탑니다.”

임상빈(47·사진) 씨는 새로 산 산악자전거를 타고 처음으로 달리던 날의 기분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자전거도로에서의 주행이었지만 분명 일반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와는 느낌이 확 달랐기 때문이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가슴 한쪽 편에서부터 묘한 기분이 몰려 왔어요. 하지만 산악자전거의 진미(眞味)는 평평한 길보다는 산 속과 같은 잘 다듬어지지 않은 땅에서 ‘퉁퉁’거리는 느낌을 받으며 달리는 데 있죠.”

임 씨에 따르면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은 산림의 보호·관리 등을 위해 조성해 놓은 임도를 비롯해 가파른 언덕길이나 바윗길 등 도심 속 자전거도로와는 사뭇 다른 여러 유형의 길을 달린다. 때문에 MTB용 자전거가 있어야 하고 험준한 지형에서의 기어 작동법과 브레이크 사용 타이밍, 자세 등을 기본적으로 사전에 숙지해야 한다.

“산악자전거의 가장 큰 매력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지형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길에서 자전거와 제 몸이 하나가 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듯한 느낌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알 수 있지요. 특히 미시령 같은 큰 고갯길에서 오르막길을 주행했다가 다시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느끼는 속도감은 산악자전거의 대표적인 묘미죠. 여기에 가슴으로 맞는 바람까지 더해져 라이더(rider)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할까요.”

실제 임 씨는 강원도 한계령과 같은 오르막길에서는 보통 7㎞/h 이내의 속도로 달리지만, 내려올 때는 40㎞/h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산악자전거를 탄지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다는 그는 1년 365일 중 평균 60일 이상을 자전거와 함께 보낸다. 1년 동안의 주말을 어림잡아 100일 정도라고 볼 때 적어도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하루는 자전거를 탄다는 이야기다.

“산 속에서 자전거를 타다 보면 가끔은 배고픔을 견뎌내야 하거나 예기치 않은 부상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저와 MTB를 함께 즐기는 동료들은 자전거 타기를 포기하지 않지요. 가끔은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누가 돈을 준다고 해도 못하는 일’이라며 서로 너 나 할 것 없이 ‘자전거에 빠진 환자’라는 농담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그와 동료들은 3년 전부터는 자전거를 캠핑과도 접목하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전철로 접근이 가능한 경기도 동두천과 가평, 양평 일대 코스는 하루 일정으로 자전거를 타기에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이동 거리가 긴 강원도 춘천과 양구 등은 1박 2일 일정의 캠핑을 활용하면 같은 시간 안에 더 다양한 코스를 달릴 수 있다고 한다. 캠핑장을 베이스캠프 삼아 한 번의 이동으로 두 코스를 다녀오는 방식이다. 임 씨가 캠핑을 하면서 즐긴 MTB 코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강원도 양구 일대로 재작년 가을을 시작으로 최근 2년 동안 같은 코스를 3번이나 다녀왔다고 한다.

“서울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하면 강원도 춘천의 추곡리 약수터 인근에 10시쯤 도착할 수 있어요. 그곳에 텐트를 쳐 놓고 자전거를 타고 양구 사명산 코스로 향합니다. 이후 오후 4시쯤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와 동료들과 맛있는 요리를 해 먹으면서 저녁 시간을 보냅니다.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 오전 소양강댐 인근에 있는 청평사 코스를 달린 뒤 다시 캠핑했던 장소로 돌아와 전체 일정을 마무리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곤 합니다.”

임 씨에게 산악자전거는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취미생활이 아니다. 때로는 휴일을 함께 하는 든든한 친구이자 삶에 활력을 주는 영양제가 되기도 한다.

“깊은 산 속에서 5시간 이상 자전거를 타고 있으면 저와 자연이 하나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눈 내린 등산로 같은 곳이나 얼굴에 강한 빗줄기가 내리쳐 시야 확보가 어려운 순간에도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고 있는 제 모습을 깨달으면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힘차게 생활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곤 합니다.”

우연히 시작한 자전거와 인생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을 함께 보내고 있다는 임 씨의 다음 여행지는 충남 부여다. 1박 2일의 일정 동안 금강을 따라 펼쳐진 자연 속을 질주하면서 또 어떤 감정들을 만나게 될지 궁금해진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선 기자 ujuin25@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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