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겨울철 사진촬영지로 유명한 강원도 춘천 상고대와 속초 8경의 하나인 조도(鳥道)가 가마우지 떼 배설물로 황폐화되고 있다.
19일 사진 동호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2010년 겨울부터 춘천시 신북읍 소양5교 인근 왕버드나무에 민물가마우지 십여 마리가 나타나기 시작, 이후 겨울마다 이곳에서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기르고 있다.
왕버드나무 서식지는 겨울철 소양호에서 피어난 안개가 나무에 얼어붙으며 새하얀 상고대를 형성, 장관이 연출되는 곳이다. 하지만 2~3년 새 가마우지 개체수가 100여 마리로 증가면서 배설물이 나뭇가지에 흡착돼 광합성이 방해받고 있다. 이 바람에 왕버드나무 가운데 30%가량이 말라죽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속초 앞바다에 있는 조도도 가마우지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
속초시에 따르면 10년 전 속초 청초호에서 십여 마리가 발견됐던 민물가마우지가 2008년부터 급격히 늘어 최근 1000여 마리가 됐다. 조도를 가득 메웠던 250여 그루의 해송 숲도 60% 가량 말라 죽은 상태다.
시는 이 같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2008년부터 봄마다 헬기로 5~7차례 물을 뿌려 배설물을 씻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또 지난해 4월과 11월 소나무 묘목 250그루를 심었다. 하지만 시의 이런 노력은 가마우지 떼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은 새를 내쫓으라 하고 환경단체는 보호하라는 등 의견이 엇갈려 세척작업과 묘목 심는 작업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복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류 전문가 윤무부(70·경희대 명예교수) 박사는 “겨울철새 가마우지가 이상기후, 먹이환경 등의 변화 등으로 한국을 떠나지 않고 사계절을 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배설물로 인한 피해예방은 배설물이 묻은 나무를 물로 씻어 내거나 가마우지를 나무에 앉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겨울철새인 가마우지는 아프리카와 일본 등지에서 번식을 하며 겨울철 국내의 연안 바다나 강 하구 등지를 찾아 겨울을 난 뒤 번식지로 이동한다. 하지만 최근 이상기후 등으로 인해 가마우지가 번식지로 떠나지 않고 국내에 머물며 텃새화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