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모피아 손본다

박근혜, 모피아 손본다

기사승인 2013-03-19 15:49:01
[쿠키 정치] “박근혜 대통령이 ‘모피아(MOFIA·옛 재무부 출신 관료)’를 손 한번 볼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친박(親朴·친박근혜)계 A의원이 최근 사석에서 한 말이다. 그는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할 때도 그렇고 국회의원 시절에도 금융부분에 관심이 많았는데, 모피아들이 경직성을 갖고 저희끼리만 모여서 하는 것에 대한 강한 불만이 있었다”면서 “이런 인식이 국정운영에 반영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비대위원장 당시 영세 상인들을 위한 카드 수수료 인하를 추진하려다 모피아의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생각은 새 정부 경제정책 라인 인사에도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주형환 경제비서관이 모두 경제기획원(EPB) 출신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A의원은 “인사가 만사인데 그런 생각 없이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친박계 B의원도 “박 대통령의 (모피아에 대한) 평소 부정적인 생각이 이번 인사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금융권 공공기관장에 대해 잔여임기와 상관없이 교체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박 대통령의 모피아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강만수 산업금융그룹 회장과 신동규 NH농협지주 회장, 김용환 한국수출입은행장,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 진영욱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이 모피아 출신이다.

EPB와 재무부는 현재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뿌리가 되는 우리나라 경제관료의 양대 산맥이자 숙명의 라이벌이다. EPB는 경제정책, 예산, 기획을 주로 담당해왔고 재무부는 세제, 금융, 국고(재정) 분야를 맡아왔다. 대체적으로 EPB는 개방적이고 유연하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모피아는 끈끈한 상하관계로 서로 밀고 당기면서 단합은 잘 되지만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EPB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는 등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지만, 모피아는 ‘관치금융’으로 외환위기를 초래하는 등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주름살이 지게 했다는 인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1998년 정계에 입문한 것은 부친이 애써 건설한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로 풍비박산이 나게 된 것을 깊이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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