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남자화장실 벽에 붙어 오줌발 참선 중인데 /(중략)/ 갑자기 웬 대걸레가 다리 밑으로 쓰윽, 들어온다/깜짝 놀라 뒤돌아보니/청소아줌마가 소신껏 바닥을 훔치고 있다/ (중략)/허겁지겁 불안을 추켜올리는데/아줌마는 말없이 성지 곳곳에 대걸레를 들이민다…’
등단 시인인 양현근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의 시 ‘오줌발 참선’의 한 구절이다. 공중화장실에서 불시에 들이닥친 여성 미화원에 놀라 주춤거리는 성인 남성의 불편한 심리가 드러나 있다. 그의 눈에 비친 여성 미화원은 천연덕스럽기만 하다. 정말 아무렇지 않을까.
27일 한 공공기관의 여성 미화원은 “나도 여잔데 다 큰 남자들이 소변 보는 화장실을 청소하는 게 어떻게 민망하지 않겠느냐”며 “그저 내 일의 일부고 이 일로 내 가족이 먹고사는 거니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얼굴에는 밥벌이를 위해 억척스러움으로 감췄던 수치심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어느 건물이든 보통 남자화장실은 중년의 여성 미화원이 청소를 한다. 용변을 보는 사람이 있어도 아랑곳없이 걸레질을 하거나 대변기 휴지통을 비우고 세면대를 정리한다. 남자 소변기는 별도 칸막이가 없다. 용변 과정이 빤히 보이는 구조다. 이 때문에 남성 사용자는 소변기 쪽으로 슬그머니 몸을 붙이고, 여성 미화원은 무심하게 청소만 하는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간혹 대변기에 앉은 남성 사용자와 여성 미화원이 정면으로 조우할 때도 있다. 청소하려고 문을 활짝 열었는데 자물쇠가 잠겨 있지 않거나 고장 난 경우다.
여성 미화원이 사용자가 있는 남자화장실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은 청소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 청소만 하는 게 아니어서 상황이 어떻든 정해진 일과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이 같은 화장실 청소 방식은 남성의 성적 프라이버시는 물론 여성 미화원의 인격권을 무시한 관행이라는 지적이 많다. 여성 미화원이 남자화장실을 청소하는 나라는 선진국 중 한국과 일본뿐이다. 화장실 청소를 여성 용역으로 보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다만 일본은 청소 중인 남자화장실 입구에 입간판을 세워 출입을 막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서울시내 지하철 역사 내 남자화장실 청소에 같은 방식이 도입됐다. 외국인 남성 관광객의 잦은 민원 탓이 컸다.
최근 금감원이 직원들 제안으로 남자화장실 청소방법을 바꿨다. 지난 18일부터 하루 4차례씩 각 10분간의 청소시간을 정하고, 청소 중에는 노란 표지판을 입구에 세워 미화원 외에는 들어갈 수 없도록 했다. 대신 홀수 층과 짝수 층의 청소시간을 달리해 다른 층 화장실을 쓸 수 있게 했다. 개별 공공기관으로는 첫 개선 사례라는 평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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