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해버린다” 전화까지 받는 여성공무원… 복지없는 복지사 실태

“성폭행해버린다” 전화까지 받는 여성공무원… 복지없는 복지사 실태

기사승인 2013-03-29 18:57:01


[쿠키 사회] 인천 강화군의 사회복지공무원 신경철(34·8급)씨는 지난해 9월 교통사고를 냈다. 퇴근길 주행 중에 깜빡 졸았고 앞차와 추돌 직전에 눈을 떴다. 급히 핸들을 틀었지만 앞차의 뒷부분을 비스듬히 치고 나간 뒤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그러나 아직도 목과 허리가 안 좋아 물리치료를 받는다. 피로가 누적된 채 운전대를 잡은 것이 화근이었다. 출퇴근길에 물파스를 코에 문지르며 졸음을 견뎠지만 이날은 소용없었다. 전국 57만 사회복지사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제정된 사회복지사의 날(29일)을 사흘 앞둔 지난 26일 하루 동안 그를 동행 취재했다.

통합조사관리팀인 신씨는 오전 8시30분부터 2시간가량 기초생활수급·기초노령연금 등 복지급여 신청자에 대한 자격 여부를 조사했다. 이 팀은 예산이 새지 않도록 막는 업무를 한다. 복지공무원들을 속이는 노하우를 다루는 인터넷 카페나 브로커 등이 활개치고 있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허투루 혈세가 쓰이지 않도록 신청자들의 과거 보유 재산, 급여 소득, 부채 내역, 가족관계 등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민원이 빈번하고 격할 수밖에 없다. 이날도 민원인 방문으로 업무가 중단됐다. 재산이 있는 것으로 추정돼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빠진 노인이었다. 신씨는 1시간 넘게 법 규정을 설명하며 진땀을 뺐다.

점심식사 직후에도 항의 전화는 이어졌다. 이날은 조용한 편이었다고 한다. 복지급여가 지급되는 20, 21일쯤 전화가 폭주한다. “회칼 들고 간다. 밤길 조심해.” 여성 공무원들은 “성폭행해버린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신씨는 “알코올 중독자, 정신질환 병력자 등도 적지 않다. 섬뜩하지만 위법하게 돈을 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민원인이 휘두른 흉기에 중상을 입었던 경기도 성남시 공무원도 통합조사팀이었다.

오후 4시부터 신규 기초생활수급자 방문조사를 했다. 군청에서 30여분 떨어진 허름한 아파트에서 한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자녀들이 자신을 부양하지 못하는 이유, 재혼한 남편이 데려온 자녀로부터 명의를 도용당해 부동산 보유 기록만 남고, 남편과 사별한 뒤에 설움 당한 얘기 등을 쏟아냈다. 신씨는 “사연을 듣다 보면 자살을 암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하루 종일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신씨는 저녁 먹기 전 두 가정을 더 방문했다.

오후 8시 이후에는 사무실에 민원인이 없어 업무 처리에 속도가 붙었다. 재산 변동 등으로 복지 급여가 줄어든 수급자에게 설명하는 일도 한다. 전화기 너머로 폭언이 돌아오기 십상이다.

보건복지부의 ‘2013년 사회복지공무원 배치 기준’에 따르면 강화군 통합조사관리팀의 적정 인원은 7.7명이다. 복지 수요와 업무 종류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됐다. 하지만 신씨의 팀원은 4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강화군 복지 대상자 2만5000명을 담당하고 있다.

업무가 많다 보니 야근이 잦다. 신씨가 최근 20일 동안 오후 10시 이후까지 야근한 날은 14일이었다. 오후 11시 이후는 9일, 자정 이후는 2일이었다. 오후 6시52분 퇴근한 날이 하루 있었지만 부서 회식 때문이었다.

강화=글·사진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인기 기사]

▶ “한 개에 2200원이고 두 개에 5100원이면… 어?”

▶ “할망구 더러워” 카카오스토리 할머니 능욕녀 뭇매

▶ 나얼이 무슨 죄라고… 기성용 한혜진 루머만 재생산

▶ 월드컵 본선 1호 놓친 일본, 알고 보니…“PK 실축은 레이저테러”

▶ “과연 열등” 심재철 나체 감상 日中 네티즌 조롱

▶ 고영욱 피해자 “허벅지 만지며 살 있는 여자 좋다고”

▶ “개그맨·의사 등과…” 사진 공개 가평녀 충격

▶ [단독] 샤이니 온유·AS 정아, 압구정 데이트 포착

김상기 기자
yido@kmib.co.kr
김상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