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차장은 “다리가 무너지고 백화점이 내려앉아도 전직 대통령, 현직 대통령 아들,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재벌총수 등을 수사했고 주가조작, 금융비리 등 본격적인 경제사범 수사의 개척에도 힘을 보탰다”고 말했다. 그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과 한보그룹 비리 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을 수사하며 특별수사 전문가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그는 “늘 부족한 능력을 뼈저리게 느꼈고 ‘실체를 제대로 밝히지 못할까’ 노심초사하며 불면의 밤을 지새웠다”고 고백했다. 김 차장은 “다만 상대방이 생명을 버리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비난을 받은 적은 별로 기억이 없다”며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나, 사회적으로 크게 비판을 받고 있는 몇몇 사건에는 관여하지 아니한 것을 홍복(洪福)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동안 쌓은 환업이 워낙 두터우니 아무리 노력한들 어떻게 다 털어버리겠습니까만 가슴 아픈 일들은 모두 망각의 피안으로 밀쳐버리고 밝고 아름다운 기억만 간직하고 싶다”면서 “싣달타 태자의 길을 걷고, 고비사막의 붉은 노을도 보고 싶다”고 고별사를 마무리했다. 김 차장은 3일 오전 대검 청사에서 퇴임식을 한 뒤 30년 가까이 몸담았던 검찰을 떠난다.
경남 사천 출신인 김 차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5년 검사로 임관, 대검 중수2과장, 청주지검장, 서울고검장 등을 거쳤다.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사임한 뒤 4개월 가량 직무대행을 맡았다. 채동욱 서울고검장, 소병철 대구고검장과 함께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자 3인에 들었으나 낙점되진 못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