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더 맛있는 식품이야기] 통조림의 역사

[알면 더 맛있는 식품이야기] 통조림의 역사

기사승인 2013-04-10 08:39:01

[쿠키 생활] 인간은 불(火)을 사용해 음식을 익혀 먹는다. 이는 음식을 부패시키지 않고 오랫동안 저장해 두고 먹기 위함이다. 사냥한 고기를 동굴에서 연기로 그을려(훈연) 보관하였던 것이 오늘날 햄의 시초이기도 하다. 그러나 고기를 훈연하는 것 만으로는 장기간 보관이 어렵기 때문에 식품을 오랫동안 보관하는 방법이 끊임없이 연구돼 왔다.

통조림은 1804년 나폴레옹이 전쟁으로 식량 사정이 악화되자 식품을 장기 보존할 수 있는 용기를 현상 공모한 데서 시작됐다. 프랑스 정부는 1795년에 군용 식량의 공급 과정을 단순화하고자 음식을 상하지 않게 오래 보관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사람에게 1만2000프랑의 상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때 공모 조건 중 하나가 바로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과자 제조기술자였던 니콜라 아페르는 잘게 썬 양배추, 당근 등을 넣은 샴페인 병으로 병조림을 고안했고, 이 병조림이 군사식량으로 채택했다. 아페르의 병조림법은 유리병에 식품을 넣고, 코르크 마개를 느슨하게 막은 다음끓는 물에 담가서 30~60분 가량 가열한 후 뜨거울 때 코르크 마개를 단단히 막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었다.

이후 1810년 영국의 피터 듀런드는 병조림 대신 양철 판을 용기로 하는 통조림을 특허 출원해 현대 통조림 기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통조림에는 따개장치가 없어서 ‘도끼나 망치로 열어주십시오’라는 사용법을 적어야 했다. 또한 처음에는 강력한 금속 깡통을 만들고 손으로 밀봉한 후 여섯 시간 동안 가열했기 때문에 공정에 들어가는 비용이 비싼 편이었다. 때문에 당시 통조림은 군대와 탐험가들 사이에서만 유통됐다.

1846년에 영국의 헨리 에반스가 통조림의 생산성을 시간당 여섯 개에서 60개로 증가시키는 다이캐스팅 공정을 개발했고, 미국에서는 1847년에 앨런 테일러가 기계로 찍어내는 주석 깡통으로 특허를 받았다. 깡통을 밀봉하고 가열한 다음 여는 방법은 듀랜드의 초기 모델에 맞춰 지속적으로 발전을 거듭하여 생산 효율성을 증가시키면서 통조림 음식을 점차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들었다.

그 이후로도 통조림 기술은 1,2차 세계 대전 등 큰 전쟁을 거치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한편, 지금의 ‘찢어야 따지는 캔’인 ‘원터치 캔’은 1996년에 이르러서야 미국의 에멀 프레이즈에 의해 개발됐다. 이런 발전 과정을 통해 통조림은 현재 연간 2000억 개 이상이 소비되고 약 1,200종의 원재료가 사용되는 등 우리 식상활의 필수품으로 자리잡게 됐다.

한편 우리 나라 통조림의 기원은 확실하지는 않으나 1901년에서 1905년경에 원산 앞 바다에서 어획되는 털게통조림 생산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광복 전에는 몇몇의 통조림업체들이 일본인에 의해 경영됐고, 광복 후에는 기술자 부족과 자재난으로 인하여 일시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으나 6·25전쟁을 계기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규봉 기자 ckb@kmib.co.kr
조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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