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 달군 싸이 “나는 ‘대한민국 가수’다”

상암 달군 싸이 “나는 ‘대한민국 가수’다”

기사승인 2013-04-14 14:10:01


[쿠키 연예] “많은 분이 ‘왜 신곡 발표를 한국에서 하느냐’고 묻기에 대답했습니다. ‘한국가수잖아요!’”

싸이가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능력은 국내 아티스트 중에서 최상이다. 이 능력이 해외 수많은 공연을 해오면서 더욱 노련해졌다. 두 번째 곡을 부르던 중 던진 위의 말은 그것을 증명한다. 싸이는 공연 시작 10분도 지나지 않아, 이번 공연의 방향과 관객들 앞에 선 자신의 정체성을 제시했고, 이에 관객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강남스타일’이 유튜브 조회수 15억을 돌파했지만, 그는 ‘한국 가수’였다.

그렇기에 지난 13일 오후 6시 50분 서울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싸이의 ‘해프닝’(HAPPENING)콘서트는 여느 콘서트와 달리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아직 해가 떨어지지도 않은 시간이었지만 상암 경기장은 흰색으로 ‘깔맞춤’한 4만 5000여 명의 관객이 스탠딩석과 일반 좌석을 가득 메웠다. 상공을 떠다니는 헬리콥터 날갯소리는 관객들의 두근대는 심장을 대변하는 듯했다.

드디어 대형 LED에 싸이의 출격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0을 가리키자 관객들은 경기장에 어떤 공허도 남지 않도록 소리를 질렀고 이내 ‘롸잇 나우’(RIGHT NOW)를 시작으로 ‘해프닝’이 시작됐다.

싸이는 “데뷔 13주년을 맞은, 6년 만에 민간인이 된 가수. 12년 만에 맞이한 전성기를 어떻게든 이어보려고 다시 홈그라운드로 돌아온 가수”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강남스타일’로 국제가수라는 수식어가 생겼지만 싸이는 여전한 한국 가수임을 강조했다. 뮤직비디오나 콘서트를 외국에서 진행했을 수도 있지만 싸이는 한국이라는 오리지널리티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그 노력은 콘서트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30억이 투입된 공연은 퍼포먼스나 비주얼, 각종 특수 장치들이 총 결합하며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연출을 이뤄냈다. 모든 음악은 콘서트를 위해 맞춤형으로 재편곡했고 음악에 맞춘 각기 다른 전광판 영상은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켜 주었다. 무엇보다 관객들의 환호는 이 영화를 걸작으로 만들어내는 일등 공신이었다.

‘연예인’ ‘예술이야’ ‘새’ ‘나 이런 사람이야’ 등을 소화한 싸이의 온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고 그가 젖어갈수록 상암 경기장은 흰색의 거대한 물결로 출렁거렸다. 이번 음악이 마지막인 듯 온 에너지를 쏟아 붓는 무대는 계속 이어졌다. 비욘세에게 바친 ‘싸욘세’의 ‘싱글 레이디’(Single Ladies) 무대는 빨간색 의상에 관능적인 안무, 표정이 겹치며 폭소를 자아냈다.

생중계된 본 공연의 후반부에서 싸이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와이어에 매달린 채 한 마리의 비둘기가 된 싸이는 경기장을 좌우로 날아다니며 그동안의 고생과 힘들었던 외국 생활에 대해 털어놨다. “외국에서 힘들 때 떡볶이가 그렇게 먹고 싶더라고요. 외국에서 공연을 마치고서는 한국말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정말…”. ‘낙원’과 ‘거위의 꿈’은 싸이의 지금과 과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곡과도 같았다.

한편, 이날 공연에는 한솥밥을 먹는 소속사 가수들도 등장해 무대를 뜨겁게 만들었다. 신인 이하이와는 ‘어땠을까’를 함께 불렀고 2NE1은 ‘내가 제일 잘 나가’ ‘캔트 노바디’(Can’t Nobody)를, 빅뱅의 지드래곤은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 ‘크레용’(Crayon)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


유튜브와 네이버 뮤직, Mnet을 통해 생중계된 본 공연은 끝났지만 상암 경기장의 무대는 1시간이나 더 이어졌다. 싸이는 박진영의 ‘날 떠나지마’ DJ.DOC의 ‘미녀와 야수’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속의 그대’ 이정현의 ‘와’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등 히트곡 메들리를 열창했고 과감하게 티셔츠를 찢으며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을 드러냈다.

이어 다시 한 번 와이어에 매달려 ‘언젠가는’을 불렀고 무대에 내려와 ‘챔피언’을 열창했다. 스탠딩석뿐만 아니라 모든 관객은 일어서서 함께 호흡했고 상암의 밤을 하얗게 불태웠다.

4만 5000여 명의 관객과 ‘인증샷’을 찍기도 한 싸이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더했다. “오랜만의 콘서트 그리고 신곡 발표를 했습니다. ‘챔피언’을 이기려고 10년을 노래했고 그 결과 ‘강남스타일’이 나왔습니다. 다시 ‘강남스타일’을 이기기 위해 10년을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최고였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가수’ 싸이였습니다”

싸이의 손에서도 관객의 손에서도 엄지가 치켜세워진 공연은 두 번의 앙코르 끝에 ‘강남스타일’을 ‘떼창’하며 막을 내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오대성 인턴기자 worldswith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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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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