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를 진행했던 권은희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키워드는 당시 김씨의 주요 혐의를 밝힐 수 있는 핵심 증거였다”며 “상급기관인 서울청이 ‘신속한 수사’를 이유로 들면서 키워드를 4개로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해 두 차례 회의 끝에 실무자들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 과장은 “‘혐의 없음’이라는 제목의 긴급 중간수사발표를 보면서 ‘신속성’과 ‘정확성’을 추구해야 하는 수사의 핵심이 빗나갔다고 느꼈다”면서 “키워드 제출과 관련한 당시 상황은 서울청 공식 문건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청이 김씨의 컴퓨터에서 나온 문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일일이 김씨에게 허락을 받아가며 파일을 들쳐봤다는 주장도 나왔다. 임의제출 형식이었지만 김씨가 당시 피의자 신분이어서 사실상 압수수색과 다름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이란 것이다. 서울청은 또 증거물품인 김씨의 컴퓨터 2대도 수서경찰서 수사팀의 강한 항의를 받고서야 뒤늦게 수사팀에 돌려줬다. 권 과장은 “하드디스크는 강력한 증거자료임에도 분석 결과를 발표한 후에도 서울청에서 이를 돌려주지 않았다”며 “압수한 증거품은 형사소송법상 자체 폐기하든, 본인에게 돌려주든 수사 주체인 수서경찰서가 판단할 내용이라고 적극 항의하자 그제야 넘겨줬다”고 밝혔다.
경찰 상부에서 김씨의 불법 선거운동 혐의를 떠올리게 하는 용어를 언론에 흘리지 말라며 수사팀에 ‘지침’을 내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권 과장이 당시 김씨의 대선 관련 인터넷 게시글에서 ‘특정 정당과 관련한 패턴(경향성)’이 엿보인다고 언론에 밝힌 후 윗선으로부터 질책을 받고 전보 발령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울청은 해명자료를 내고 “당초 수서경찰서에서 가져온 키워드는 ‘호구’ ‘가식적’ ‘위선적’ 등 대선과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힘든 단어가 많았다”며 “김씨가 하드디스크를 제출하면서 문재인·박근혜 대선후보에 대한 비방·지지글 여부만 확인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아서 분석 범위도 한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수서경찰서장이던 이광석 현 서울지하철경찰대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윗선 개입 의혹을 부인하며 “사건에 대해 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