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지금까지의 고릴라는 잊어도 좋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고릴라 ‘링링’이 우리 곁을 찾는다.
나이는 만 45세, 몸무게는 무려 285kg에 인간의 20배에 달하는 힘을 자랑하는 ‘링링’은 야구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슈퍼스타다.
‘링링’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미스터 고’는 “고릴라가 야구를 하면 어떨까?”라는 엉뚱한 상상력에서 출발했다. 실제 고릴라로 촬영할 수 없기에 ‘링링’은 영화 사상 최초인 디지털 캐릭터로 완성됐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았다. 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해야 하는 고통이었다. 김용화 감독은 225억원을 들고 막연히 할리우드를 찾았지만 적어도 1100억 원의 제작비가 필요하다는 소리에 놀라 한국으로 돌아왔고 100% 국내 기술로 링링을 탄생시켰다.
김 감독은 4년 전 덱스터 디지털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곳은 아시아 최초로 3D 입체 디지털 캐릭터를 개발하는 곳으로 고유의 기술력과 모든 VFX 공정이 한곳에서 이뤄지는 토탈 파이프라인을 구축한 종합 VFX(시각효과) 스튜디오다.
‘링링’은 이곳에서 탄생했다. 물, 불, 동물 털은 힘든 CG 작업으로 꼽히지만 그중에서도 동물 털은 단연 으뜸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없었다. ‘미스터 고’ 제작진은 실제 하는 듯한 고릴라를 만들기 위해 털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고 국내 자체 개발로 디지털 퍼(Fur) 제작 프로그램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ILM, Pixar 등 3개 회사만 보유한 기술이다.
이외에도 ‘미스터 고’는 모션 캡처 및 페이셜 캡처, 스테레오스코픽 풀 CG 합성 기술 등 다양한 VFX 기술을 선보인다.
지난 18일 영화의 CG 작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는 ‘링링’의 탄생지,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덱스터 디지털을 찾았다. 4층의 건물로 이뤄진 이곳은 층마다 체계적으로 분화된 업무가 이뤄지고 있었다. 한 면이 거울로 만들어진 방에서는 자연스러운 고릴라의 모습을 만들어내기 위해 CG 기술자가 직접 거울 앞에서 구르고 돌며 자신의 동작을 보고, 표현해 냈다.
모든 인생을 이 작품에 걸었다는 김용화 감독은 이 모습을 보며 함께하는 180명의 덱스터 디지털 스태프의 노고를 생각해서라도 꼭 영화가 잘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미스터 고’는 4년 넘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물을 가지고 몰두해온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라이프 오브 파이’의 호랑이 리차드 파커와 비교해 봤을 때 파커의 출연 컷 수는 150여 컷, ‘미스터 고’의 ‘링링’은 900여 컷이다. 분량은 ‘링링’이 6배 정도 많지만 비용은 5분의 1정도 밖에 들지 않았다. 파커는 150여 컷에 600억원, ‘링링’은 900여 컷에 120억원이 들었다. 그만큼 작업자들의 땀과 희생 노력이 담겨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좋은 영화는 기술력과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감정 이입이 되지 않으면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오브라더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세 작품을 연이어 흥행에 성공시키며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용화 감독은 VFX 기술 구현에 함몰되지 않고 영화적 스토리를 탄탄하게 이어가기 위한 균형감각 유지에 힘썼다.
김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한국 영화 기술의 새 장을 여는 것도 중요하지만 촘촘한 스토리로 웃음과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목표다.
그는 과거 유튜브에서 사람 손에 길러지다 야생으로 간 사자와, 그 사자를 찾아 다시 야생으로 간 주인이 만나 교감을 나누는 영상을 봤다고 한다. 그 순간 가슴 뜨거워지는 뭉클함을 느꼈고 동물의 사랑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됐다.
이에 허영만 화백의 제7구단에서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는 설정을 가져와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이 때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보다 더 감동적이고 진실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스터 고’는 링링과 그의 15세 매니저 웨이웨이가 한국 프로야구단에 입성해 슈퍼스타로 거듭나는 이야기가 기둥줄거리다. 링링과 그의 곁을 지키는 15세 소녀 웨이웨이, 한국 에이전트대표 성충수가 펼쳐낼 드라마가 김 감독의 손을 거쳐 어떻게 펼쳐질지 더욱 궁금하다.
영화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개봉한다. 특히 중국에서의 개봉 규모는 상당하다. 중국 메이저 스튜디오 중 하나인 화이브라더스는 ‘미스터 고’ 제작비의 약 25%에 해당하는 500만 달러(약 60억 원)를 투자했고, 중국 내 5000여 개관 이상의 개봉을 보장받았다. 뿐만 아니라 홍콩과 마카오, 대만 등 아시아권에서의 대규모 개봉이 가능하다.
김 감독은 “내 인생의 목표는 만개 스크린에서 영화를 동시에 개봉하는 것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미스터 고’로 그런 기적 같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털어놨다.
‘국가대표’ 성공 이후 허망함에 6개월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는 그는 결국 어떤 식으로든 고통의 양이 같다면 누군가를 위해 그 고통을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에 이같이 힘든 작업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자신뿐 아니라 모든 배우, 스태프들의 희망이 담겨있고 더 나아가 할리우드의 4분의 1도 되지 않는 제작비로 완성, 한국영화의 힘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꿈이 있다.
‘미녀는 괴로워’에서 김아중을 200킬로그램 거구로 만들고, ‘국가대표’에서는 자체 제작한 와이어 캠으로 하늘을 나는 스키점프를 담아내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 그가 이번에는 살아있는 듯한 고릴라 링링으로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사진제공=쇼박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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