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왠지 조금은 투박하고 낯설다. 하지만 강하고 본능적인 모성애와는 다른, 어떠한 ‘과정’이라는 여백이 느껴진다. 표현의 정도와 습관의 차이로 표출되는 다름의 방식은 부성애가 지닌 묘한 매력이다. 기존의 남녀 간의 사랑이나 따뜻한 모성애를 그려내는 것과는 조금 다른 궤도임은 분명하다.
최근 부성애가 브라운관을 물들이고 있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KBS 드라마 ‘내 딸 서영이’가 눈물나는 부성애를 그려내며 깊은 감동을 남긴 데 이어, 현재는 아빠와 함께 떠나는 콘셉트의 MBC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가 큰 인기를 끌고 있고, 부성애를 화두로 하는 새 드라마 ‘천명’과 ‘출생의 비밀’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아빠! 어디가?’는 MBC ‘일밤’의 구원투수이기 앞서, 대책 없이 추락하던 MBC 예능 프로그램의 새 활로를 찾아준 오아시스 같은 프로그램이다. 배우 성동일과 이종혁, MC 김성주, 전 축구선수 송종국, 가수 윤민수 등이 자녀와 함께 국내 여행을 하는 모습을 담은 리얼 버라이어티다.
여행에서 겪는 여러 가지 체험을 통해 다양한 심리 변화, 행동, 에피소드들을 리얼하고 유쾌하게 표현해 호평을 받고 있다. 프로그램의 인기를 증명하듯 출연자들은 각종 CF를 접수하는 등 무수한 러브콜을 받고 있는데, 특히 윤민수와 윤후 부자는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를 맛있게 먹는 모습으로 농심
광고모델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었다.
‘아빠! 어디가?’는 KBS ‘1박2일’의 여행 콘셉트에, 연예인 자녀와 함께하는 SBS ‘붕어빵’을 적절히 접목시킨 아이템으로 초반 그리 신선하다는 평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예상 외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윤후와 준수, 지아, 민국, 준 등 다섯 아이들의 개성 넘치는 매력과 함께 ‘성장’이라는 코드가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초반 아빠들은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어 하지만 선뜻 그 방법을 알지 못해 헤매기 일쑤였다. 그러나 고된 여행을 통해 한 뼘씩 가까워지고,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육아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반성의 시간도 갖게 됐다. ‘아빠! 어디가?’는 첫 시청률 7%로 시작해 두 배가 넘는 수치로 끌어올리며 승승장구 중이다.
드라마에서는 심금을 울리는 부성애가 펼쳐질 전망이다. 오는 24일 시청자를 찾는 KBS 새 수목드라마 ‘천명’은 인종 독살 음모에 휘말려 도망자가 된 내의원 의관 최원(이동욱)이 불치병 딸을 살리기 위한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그린 작품이다.
‘천명’의 화두는 도망자와 부성애다. 도망간 노비를 좇으며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를 그려낸 ‘추노’가 그랬듯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큰 줄기를 하고 있다. 여기에 딸을 가엾이 여기는 한 아버지의 처절한 부정(父情)이 심금을 울릴 예정이다.
미남 배우로 손꼽혔던 이동욱은 극중 살인누명으로 도망자가 된 최원 역을 맡아 처음으로 아빠 연기를 펼쳐 보인다. 딸과 함께 있는 것이 유일한 행복이자 아픈 딸을 위해서는 목숨도 아깝지 않아 하는 조선 최고의 ‘딸 바보’ 연기를 펼치겠다는 각오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이동욱은 “주위에서 딸 자랑을 하는 선배들을 많이 봤는데 이해가 간다. 너무나도 예쁘고 사랑스럽다”며 “로맨스 연기를 하듯 절절함과 애틋함이 묻어나는 부성을 그리고 싶다”고 각오를 드러낸 바 있다. 제작진은 “현대극에서는 부성애를 강조하는 작품이 있었지만, 사극에서는 없던 걸로 안다. 새로운 재미를 느끼실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해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통해 ‘국민 남편’으로 등극했던 유준상은 오는 27일 첫 전파를 타는 SBS 새 주말드라마 ‘출생의 비밀’에서 ‘국민 아빠’로서의 변화를 꾀할 계획이다.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나이답지 않은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며 최연소 신인상 후보에까지 오른 갈소원이 유준상의 딸로 출연해 더욱 기대를 모은다.
‘출생의 비밀’은 해리성 기억장애로 사랑하는 남자와 아이에 대한 기억을 잃은 여자의 이야기와, 천재 딸을 대하는 무식한 아버지의 눈물 어린 부성애를 그린 드라마다. 유준상이 연기할 홍경두는 무식하고 보잘것없지만, 천재로 태어난 딸에게만은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 보듬는 따뜻한 아빠다. 해리성 기억 장애로 자신과 딸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잃은 여자(성유리)를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애틋한 멜로 연기도 함께 선사할 예정이다.
남녀의 로맨스를 부각시키는 것과 달리 ‘부성애’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기존의 영화 관객이 주로 20~30대였다면, ‘7번방의 선물’은 10대와 40대에서 기존보다 강세를 보였다. 이렇듯 ‘가족’이라는 코드는 더 넓게 대상을 확대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7번방의 선물’과 ‘내 딸 서영이’가 그려냈던 ‘딸바보’의 뒤를 이어, 진하고 따뜻한 아빠들의 사랑이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