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청와대 기자실의 “딩동댕… 또 딩동댕”

[뉴스룸] 청와대 기자실의 “딩동댕… 또 딩동댕”

기사승인 2013-04-21 15: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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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기자들이 머무는 청와대 춘추관에는 ‘딩동댕’ 벨소리가 꽤나 유명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언론에 알릴 내용이 있을 때 울리는 이 소리는 “브리핑하겠습니다”라는 일종의 신호다. 벨이 울리면 출입기자들은 바빠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요즘 스피커에서 울리는 ‘딩동댕’ 소리가 대통령의 다음 날 일정을 알려줄 때에만 울리기 시작했다. 보통 대통령의 다음 날 일정은 경호와 대외관계 등을 고려해 ‘자동’ 보도중지(엠바고)가 걸린다. 대통령 동선(動線) 자체가 국가기밀인 만큼 기자들에게 전날 알려도 미리 새어나가는 일은 없다. 매일 예고된 브리핑인 셈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에는 모든 브리핑이 반드시 벨을 울린 뒤 이뤄졌다. 하지만 지금 윤창중 김행 대변인의 브리핑은 특별한 예고 없이 이뤄지고 있다. 기자들의 활동 범위가 춘추관으로 제약돼 있는 만큼 두 대변인은 언론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은 대소사를 가리지 않고 브리핑 형식으로 전달한다.

일요일이던 지난 14일 출입기자들의 휴대전화에는 일제히 “오후 9시30분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의 긴급 브리핑이 있겠습니다”라는 안내 문자가 떴다. 개성공단 잠정중단 조치를 취한 북한에 우리 정부가 대화를 제의했고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남측의 대화 제의는 기만에 불과하다”고 조롱에 찬 성명을 내놨을 때였다. 기자들은 급박한 일이 생긴 모양인가 싶어 사방을 수소문했다. 혹시 북한이 미사일이라도 발사했거나 다른 도발을 감행했을 수 있어서였다.

“정부는 조평통 성명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 북한의 대화거부로 받아들인다.” 주 수석은 짤막하게 브리핑했다. 이후 이 언급은 대변인들에 의해 ‘박근혜 대통령의 뜻’으로 전달됐다. 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김장수 국가안보실장를 비롯한 외교안보 부처와 참모 등의 보고를 받고 지금 바로 언론에 정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긴급 브리핑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날 통일부는 거듭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아직 (우리 측) 대화 제의는 살아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밤중 브리핑에도 남북관계는 별달리 변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브리핑 이전과 같은 상태였다. 주 수석의 브리핑은 이미 다 퇴근했던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긴장시킬 만큼 그리 긴급한 일은 아니었던 셈이다.

아직도 그날 왜 그렇게 긴박하게 밤늦은 시각 기자들을 소집하려 했는지에 대해 청와대는 잘 설명해주지 않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방한해 우리 정부와 같은 ‘대북 대화 제의’ 스탠스를 천명했고, 북한의 반응은 기껏 공식적인 정부기관이라 할 수 없는 대남기국 조평통의 성명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이후 북한이 안보위기를 더 악화시키는 행동을 한 것도 없다.

지난달 25일에도 청와대의 한밤중 브리핑이 있었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내정자의 ‘성접대’ 관련 동영상 검증 문제에 대해 수많은 기자들이 청와대 참모들에게 문의 전화를 걸자, 대변인이 나서 공식적인 청와대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역시 그때도 춘추관엔 기자들이 별로 없었다.

벨은 갑작스러운 울림이든 예고된 소리든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때 반가운 법이다. 수십 번, 수백 번 전화를 걸어도 연락조차 안 돼 얼굴만이라 한번 보고 싶은 박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의 춘추관행(行)을 알리는 벨이 울렸으면 좋겠다. 정말 너무 긴박한 사안이라 어디에 있든 달려가야 하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꼭 그럴 때에만 휴대전화에 ‘청와대 긴급 브리핑’이란 문자가 띄워졌으면 좋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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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procol@kmib.co.kr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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