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신인 같은 기분으로 한다. 편안하게 마음을 먹어도 앨범을 낼 때 왜 이렇게 힘든지, 이게 괜찮을지 그런 생각이 자꾸 든다.”
자신의 전통(傳統)을 넘은 전통(全通, 전 세대와 통한)가수 조용필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쇼케이스를 열었다. 가수 생활 45년 만의 첫 쇼케이스다.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지금, ‘영원한 오빠’는 이미 스스로 정년을 연장했다. 주목할 점은 조용필이 ‘꼰대’로 돌아온 게 아니라 새로운 실험과 파격으로 ‘아이돌’처럼 젊어져서 돌아왔다는 것이다. 어떤 설명도 필요 없이 ‘바운스’(Bounce)와 ‘헬로’(Hello), 그뿐 아니라 19집 앨범을 모두 들어보면 그런 생각이 자연스레 들게 된다.
이날 쇼케이스는 전 세대를 통하게 한 음악을 무대에서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이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2000여 명의 관객과 국내외 4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김제동의 사회로 진행된 공연은 후배 가수들의 무대로 시작했다.
팬텀(Phantom)은 ‘조용필처럼 나 변함없이 노래할게’라는 가사가 인상적인 ‘조용필처럼’을 불렀고, 일렉트로닉 밴드 이디오테잎(IDIOTAPE)은 ‘단발머리’를 전자음악 스타일로 편곡해 무대를 꾸몄다. 팬텀은 “세월이 지나도 계속 그 자리에 있는 변치 않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바로 그 의미에 ‘조용필’이라는 석 자가 가장 맞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고, 이디오테잎은 “19집 앨범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는데 노래를 내주셔서 오히려 저희가 더 고맙다”며 무대에 선 소감을 대신했다.
후배 가수들의 조용필 리메이크는 계속됐다. 국카스텐(Guckkasten)은 ‘모나리자’를 자신들 특유의 폭발적인 음색과 밴드에 맞춰 편곡했고, 박정현은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자우림은 ‘꿈’을 소화했다. 이들 역시 조용필 첫 쇼케이스에 참석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느끼고 있었다.
국카스텐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앨범을 듣게 돼 기쁘다”고 전했고, 박정현은 “좋은 음악 선물을 받았다. 음반이 나온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정말 소중한 음악 친구가 된 것 같은 느낌이라며 설렌 마음을 드러냈다. 자우림의 김윤아는 “지금까지 여러 무대에 섰었는데 공연장에 오면서부터 흥분되고 떨리는 무대는 처음이었다. 앞으로도 저희의 영원한 조용필이 되어주세요. 선배님 사랑합니다”라며 존경의 마음을 표했다.
후배 가수들의 리메이크 공연이 끝나자 관객석은 더 큰 환호가 터져 나왔다. 가왕의 출격을 알리는 신호였다. 공연장 가득 콩콩 뛰는 젊은 리듬이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일어섰다. ‘바운스’(Bounce)의 시작이었다. 조용필은 19집이 아닌 19살 소년의 모습으로 설레는 사랑의 마음을 고백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그는 오빠였다. 오빠로 빙의 된 할아버지가 아닌 오빠 그대로였다.
조용필은 김제동과의 대화에서 “10년 동안 ‘내년에 내야지 내년에 내야지’ 생각했는데 (작업을) 하다 보면 구겨버리고 휴지통 들어가고 그러면서 새 앨범을 내기까지 1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10년을 준비한 그의 음악은 혁신과 파격이었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갔던 그동안의 시기, 그의 음악도 이와 같은 혁신을 거쳤다. 음악에도 혁신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경우를 뜻할 것이다. 후배 가수들의 리메이크 곡으로만 들었던 10대와 20대는 조용필의 목소리로 그의 음악을 들었고 뜨겁게 반응했다. ‘엄빠’(엄마 아빠)와 아들딸이 함께 들을 수 있는 음악은 가왕으로부터 나왔다.
‘바운스’에 이어 ‘어느 날 귀로에서’ ‘헬로’(Hello)까지 조용필은 무대 위 작은 거인의 모습을 변함없이 보여줬다. 조용필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을 묻자 “그런 것 없다. 음악이 좋아서 ‘이건 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하는 거다. 그럼에도 만들어 놓고도 후회를 많이 한다. 저를 밖으로 내보내 보자는 생각으로 만들었다”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아이돌 가수가 가장 많이 하는 얘기가 “신인 같은 기분으로 한다”는 말이다. 45주년을 맞이한 조용필도 같은 말을 했다. 그가 영원히 오빠인 이유다. 조용필의 정년이 무한 연장되기를 모두가 바라지 않을까.
국민일보 쿠키뉴스 오대성 인턴기자 worldswith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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