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작가 정직성 개인전 '어떤 조건'

회화작가 정직성 개인전 '어떤 조건'

기사승인 2013-04-28 17:39:01


[쿠키 문화] 화가 정직성(37). 이름과 관련해 두 가지 의문이 든다. 첫째는 남성 작가인가? 둘째는 정직하게 사는 작가인가? 그림을 정직하게 그리는 여성 작가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바탕으로 다닥다닥 붙은 연립주택이나 공사 중인 도시 풍경 등을 역동적인 붓질로 화폭에 옮기는 작가는 이번에 작업실을 구하려 다니면서 겪은 전세 보증금에 대한 상념을 그림으로 그렸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 지난해 12월부터 작가가 새로운 작업실을 찾아 헤매며 제시한 조건이다. 주로 대작을 그리는 그의 작업 스타일에 맞춰 널찍하면서도 작품을 운반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지하나 빈 창고를 찾아다녔지만,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으로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을 수는 없었다.

그는 작업실을 찾아 헤매는 와중에도 이곳저곳을 다니며 직접 본 공간과 자신의 느낌을 화폭에 담았고 이런 작품을 모아 5월 25일까지 서울 청담동 이유진갤러리에서 ‘어떤 조건(Under Limited Conditions)’이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연다. 새 작업실을 구해야 했던 작가의 개인적 상황에서 출발한 이번 작업의 성격을 보여주는 전시다. 유화와 드로잉 등 30여점을 선보인다.

다섯 살 때 화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후 한 번도 소원을 바꾼 적이 없다는 작가는 서울대 서양화과를 나와 급속한 도시화와 개발로 이루어진 서울 공간을 걸으며 느낀 이미지를 재해석해 왔다. 붉고 푸른 채색으로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려 한다. 도시, 회화, 추상이라는 세 가지 화두에 집중해 도시의 공간성을 탐구하던 그는 이번 신작에서 변화를 모색했다.

기존 작업이 건물, 공사장, 다리 등 주로 도시의 개방된 공간을 다뤘다면 신작에서는 작가가 직접 찾아다닌 도시 주변부의 반지하 건물, 창고 등 폐쇄적 공간들을 다뤘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폐쇄된 공간의 느낌을 화폭에 담아내다 보니 화면 전반에 회색 톤이 깔린 작품이 많다. 잘 그려놓은 화면 위로 온통 회색 스프레이를 뿌려 마무리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작가는 전시를 앞두고 부제를 ‘500에 30’이라고 붙이려다 비슷한 시기에 전시회를 연 어느 젊은 작가가 ‘300에 20’이라는 제목을 붙였다는 소식에 뜻을 접었다고 한다. 그는 “나보다 더 열악한 조건에서 작업하는 작가들도 많다는 걸 실감했다. 사실 생계를 위협받으면서 어렵게 작업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번 전시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갤러리는 이유진 대표가 어릴 적부터 살았던 청담동 고급 주택가의 단독 주택을 고쳐 2011년 개관한 전시장이다. 소나무가 있는 정원까지 갖춘 ‘주택 갤러리’로 산책하듯 둘러볼 만하다. 여전히 작업실을 찾아다닌다는 작가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짜리 작업실을 구하러 다니면서 이런 우아한 전시장에 작품을 건다는 것이 블랙유머처럼 재미있을 것 같았다”고 웃었다(02-542-4964).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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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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