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미국프로농구(NBA)에 제이슨 콜린스(34)라는 선수가 있습니다. 키 2m13, 몸무게 115㎏의 건장한 센터죠. 그는 지난달 30일(이하 한국시간)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를 통해 “나는 게이다. 이 이야기를 밝힐 수 있어 행복하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스포츠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미국 4대 프로 스포츠(농구, 야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의 현역 선수들 가운데 커밍아웃을 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콜린스의 전 약혼녀 캐럴린 무스(35)였습니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활약한 무스는 2009년 헤어지기 전까지 7년간 콜린스와 사귀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스는 1일 미국 가십 뉴스 매체인 TMZ와의 인터뷰에서 “단 한 번도 콜린스가 게이일 것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며 “콜린스가 커밍아웃하기 전날에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려왔다. 나와 헤어진 이유도 알고 보니 자신이 동성애자였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 털어놓았습니다.
농구 마니아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콜린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용기에 감명을 받았다”며 지지 의사를 표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등 성적 소수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집권 2기 정책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동료 선수인 코비 브라이언트 역시 “제이슨 콜린스가 자랑스럽다”는 글을 SNS에 남겼죠.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찮습니다.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의 농구 해설위원인 크리스 브로사드는 30일 ESPN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콜린스의 커밍아웃에 대해 “동성애를 공개한다는 것은 죄를 저지르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일다. 이는 혼전 성관계, 간통도 등도 마찬가지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이런 행위는 모두 신의 뜻에 반하는 것이다. 이들은 크리스천이라고 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지난해 마스터스 골프 대회 우승자 버바 왓슨(미국)은 1일 자신의 트위터에 “브로사드의 신념을 존중하고 성경을 믿는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한국계 혼혈인으로 은퇴한 미국프로풋볼(NFL) 스타 하인스 워드(37)도 이날 미국 NBC 방송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NFL의 라커룸에는 다양한 선수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며 “동성애자 선수가 공개되면 몇몇 저질 선수의 표적이 될 수 있다. NFL은 아직 공개된 게이 선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커밍아웃이 시기상조라는 뜻을 밝혔습니다.
콜린스처럼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힌 스포츠 스타는 여럿 있습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친구인 조니 위어(29·미국)는 2011년 자서전을 통해 본인이 동성애자임을 밝혔습니다. 또 여자 테니스의 전설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57·미국)는 여자 스포츠 스타로는 가장 먼저 커밍아웃을 선언했습니다. 이번의 경우 대중의 인기가 높은 NBA에서 현역 선수가 커밍아웃을 했다는 점에서 더욱 파장이 큽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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