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대리점주 협박 녹취파일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남양유업의 ‘업계 1위’ 자리가 대리점주들의 눈물로 얻은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국내 분유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며 유가공업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경쟁사인 매일유업의 경우 연 출 1조720억원에 부채비율이 129%에 달한다는 점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다. 연간 1조365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회사 부채 0%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대리점주들에게 강압적인 ‘밀어내기’를 한 결과라는 것이다.
‘밀어내기’를 한 뒤 반품을 받지 않기 때문에 대리점에 보낸 물량이 남양유업의 순매출로 잡힌다”는게 대리점주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서울지역의 한 남양유업 대리점주는 “‘밀어내기’가 업계의 관행이라는 점은 업계 종사자라면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하지만 실제 할당량보다 더 많은 밀어내기 물량을 주는 곳은 남양유업 뿐”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대리점주는 “남양유업의 부채비율은 0%다. 매일유업과 빙그레에 있는 부채가 없는 이유가 뭐겠냐”며 “대리점주들의 피를 빨아 자기들 배를 채우는 것”이라고 한숨지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남양유업은 군인 출신 임원들이 다수 포진하면서 상명하복식 문화가 팽배하다”며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대리점주들에게도 협박과 폭언이 가능했던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 정승훈 사무총무는 “임원들 중 해병대, 기무사, 특전사 등 군인 출신들이 많다”며 “‘까라면 까라는 식으로 대리점주들에게 물량을 밀어넣으면서 불법적인 착취를 아무렇지 않게 행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까지 일어나면서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식품업계의 전반적인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에 경쟁력 있는 브랜드가 많고 여전히 업계 1위이긴 하지만 구제역 등을 겪으면서 예전만큼 잘 나가지는 못했던 상황”이라며 “재고 처리가 힘들어졌기 때문에 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대리점주들로부터 고름이 터지듯 심각하게 문제가 불거져 나온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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