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남양유업 본사의 밀어내기 관행 등 ‘갑의 횡포’에 대한 ‘을의 반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본사의 횡포를 근절하는 것은 좋지만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대리점들도 피해를 입을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8일 만난 서울의 한 남양유업 대리점 업주는 사무실로 걸려오는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신경이 날카로워진다고 말했다. 주문을 끊겠다는 거래처의 전화가 아닐까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는 이날도 물건을 거래처에 보내기 위해 새벽 4시 30분 사무실로 출근했다.
지난 주말 유튜브에 남양유업 영업직원의 폭언이 담긴 녹취 파일이 공개된 지 닷새가 지났지만 파문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전개됐던 불매운동도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미 대형마트에선 파일이 공개된 지난 주말 남양유업의 매출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이 제3의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현재 남양유업의 대리점은 본사 직영이 아니라 개인사업자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남양유업으로부터 제품을 받아 관할 지역의 마트에 물건을 주는 일종의 도매업자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민들의 불매운동은 남양유업 보다 대리점주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인터넷에는 ‘남양유업 불매운동 관련하여 피해 점주님이 보내주신 문자’라는 제목으로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사진은 누군가가 한 대리점 업주로부터 받았다는 문자 메시지 화면을 캡처한 것이었다.
사진 속 문자메시지엔 “(대리점 업주가) 불매로 이어지면 당장 손해가 있겠지만 남양이 바뀌게 될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응원했다”는 글이 적혀 있다.
남양유업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대리점주들도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능곡대리점을 운영하다 2억원의 빚을 지고 최근 대리점 운영을 그만 둔 최근훈(49)씨는 “우리가 경험했던 안 좋은 관행을 지금의 대리점들도 경험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에서 싸우는 것”이라며 “남양유업에서 밀어내기 관행에 대한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만 약속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불매운동이 ‘갑의 횡포’에 대한 성난 민심이 반영된 것일 뿐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따라서 업계에선 밀어내기 등 남양유업의 잘못된 영업 행태에 대해 점검하는 기회가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녹취록 속 당사자인 남양유업 직원과 일산의 대리점주는 파일 공개 후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양유업 피해자 협의회 관계자는 “해당 대리점주는 심각한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면서 “그래서 협회에서 대신 파일을 공개한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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