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남양유업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본사 영업직원들의 대리점주에 대한 ‘폭언’ ‘밀어내기’ ‘떡값요구’ 등 부당 행위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상생방안을 마련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피해 대리점주들은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등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남양유업 김웅 대표는 오전 10시30분쯤 서울 중림동 브라운스톤 LW컨벤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고개 숙여 국민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환골탈태의 자세로 인성교육 시스템과 영업환경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해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본사 영업직원들이 대리점주를 대상으로 저질러 온 잘못도 대부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영업현장에서의 밀어내기 등 잘못된 관행을 인정한다”며 “이번 사태의 주된 원인은 밀어내기고 경찰 수사와 공정위 조사에 적극 협조해 잘못된 관행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본사 직원들이 대리점주로부터 떡값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진상조사를 통해 철저히 밝혀 조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본사 경영진이 제품 밀어내기 정황에 대해 사전에 보고를 받지는 않았다”고 했다. 또 사태 발생 직전 이뤄진 홍원식 회장의 지분 매각은 “은행 채무를 갚기 위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남양유업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 이후 남양유업대리점주협의회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서울 남대문로1가 남양유업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양유업 측이 국민과 피해 대리점주에게 사과의 진정성을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회사 측에 전산조작을 통한 밀어내기 행위, 유통기한 임박 상품 보내기 행위, 유통업체 파견사원 임금 떠넘기기 행위, 각종 떡값 요구 행위, 대리점주의 인격을 짓밟는 고압적 언어와 행동 등을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대리점 형태의 사업장을 보호할 수 있는 법률을 신속히 마련해 달라고 밝혔다. 협의회 측은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즉시 통과시키고 대리점·특약점 등의 하부 판매조직을 보호할 입법에 착수할 것을 간절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가맹사업공정화에관한법률(가맹사업법) 처럼 판매조직공정화에관한법률(일명 남양유업방지법)을 청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는 대리점주의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도 추진중이다. 이날 모인 단체들은 “남양유업 대리점주의 피해가 남양유업만의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재벌·대기업의 가맹점, 대리점, 특약점, 편의점 등에서 슈퍼갑들의 중소상공인들에 대한 횡포와 폭언, 강요와 불공정행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리점주는 “10년 동안 남양유업 측에 절규를 했는데 이제야 사과문을 발표했다”며 “남양유업 측은 대리점 협의회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