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드림콘서트’ 甲좌석 무료라더니 최고 40만원에 암거래

[단독] ‘드림콘서트’ 甲좌석 무료라더니 최고 40만원에 암거래

기사승인 2013-05-10 10:34:01

[쿠키 연예]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개최되는 ‘드림콘서트’가 평범한 시민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가 보호해야 할 청소년까지 암표 거래 현장으로 내몰고 있다. 그 내부에는 뿌리 깊은 ‘아는 사람’ 문화가 숨어 있는 것으로 쿠키뉴스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가 주최하고 현대오일뱅크가 후원하는 ‘사랑한다 대한민국 2013 드림콘서트’는 오는 11일 오후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1995년 처음 개최된 드림콘서트는 당대 최고의 인기 가수들이 총출동하는 무대로, 청소년은 물론이고 20~30대에게도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무대로 성장했다. 올해도 소녀시대, 샤이니, 카라, 비스트, 씨스타, 인피니트 등 총 22개 팀이 무대에 설 예정이다.

최고 인기 가수가 무대에 오른다는 것뿐만 아니라 팬석의 경우 5000원이라는 저렴한 관람료 역시 드림콘서트가 사랑받는 이유 중의 하나다. 이마저도 배송 비용을 뺀 전액이 사회단체에 기부되기 때문에 대표적인 공익 콘서트로 불리기도 한다.

팬석 앉으면 가수는 ‘면봉’처럼 보여…국내 팬들 불만 제기

그러나 2층과 3층에 자리한 팬석은 무대와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사실상 전광판 화면으로 가수를 볼 수밖에 없다. 육안으로는 가수가 ‘면봉’ 혹은 ‘성냥개비’ 수준으로 보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수와 가까이에서 호흡하고 싶은 팬들은 그라운드 좌석이라고 불리는 무대 바로 아래 ‘甲석’을 얻기를 원한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초대형 콘서트기에 그 간절함은 더욱 커진다.

그러나 팬들이 원하는 그라운드 좌석은 ‘공식적으로’ 판매하지 않는다. 총 21구역으로 이뤄진 그라운드 좌석은 주최사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와 후원사인 현대오일뱅크가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티켓을 유통하고 있다. 정상 구매할 수 없는 그라운드석을 두고 팬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부분은 단순히 가수를 앞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을 넘어 乙의 입장으로서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김수정(가명ㆍ29세 회사원) 씨는 “암표를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지만 현실적으로 (그라운드 좌석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다”면서 “주최사나 후원사 관계자들은 공짜로 표를 받고 입장하거나 ‘아는 사람’들에게 티켓을 10만원 넘는 가격에 판매한다. 불공평하다”고 호소했다.



그라운드 좌석, 어떻게 유통되고 있나

공식적으로는 그라운드 좌석이 판매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유통 경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인터넷 카페에서 티켓을 판매하는 암표상들을 통해 여러 유통 경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암표상 A씨는 “현대오일(뱅크) 쪽에 아는 관계자를 통해 티켓을 구했다”고 전했다. 관계자에게 티켓을 얻은 것이냐고 묻자 A씨는 “관계자에게 얻은 게 아니라 돈 좀 주고 가져왔다. 만약 현대 관계자 가족 이름으로 4장이 나오고 (자녀 2명만 가고) 부모님이 안 가면 나머지 2장을 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은 (티켓이) 없지만 예약을 받으면 아는 사람을 통해 맞춰 드린다”고 밝혔다.

또 다른 판매상 B씨는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무대와 가까운 구역의 티켓을 아는 사람을 통해 구했다”면서 “15만원에 산 2장의 티켓을 20만원에 되팔 생각”이라고 전했다. 암표 판매와 개인 간 거래의 애매한 지점에서 아는 사람을 통해 흘러나온 티켓은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한 카페에서는 티켓을 사고판다는 글이 지난 9일 하루에만 수십여 건 이상 올라왔고 평균 10만∼15만원, 많게는 20만∼30만원 선에서 그라운드석 티켓이 판매되고 있었다.



그라운드 좌석의 티켓을 유통하는 후원사는 어떤 입장일까. 현대오일뱅크 마케팅팀 C관계자는 “그라운드 좌석의 반 정도는 현대오일뱅크 VIP 고객들을 모시고, 반 이상은 연예제작자협회에서 일부 판매한다. 외국 분들에게 판매하기도 하고, 일부는 그쪽 VIP를 모신다”고 밝혔다. 이어 “그라운드 좌석은 배포하기도 전에 암표가 돌아다니고 있었고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 임직원은 일부만 일반석에서 공연을 보고 (그라운드 좌석) 티켓을 못 받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 임직원을 통해 표를 구했다는 사람이 있다고 묻자 “믿기도 어렵고 담당자가 아니라서 그 부분은 더 이상 대답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며 급히 전화를 끊었다.

원칙적으로 현재 국내 팬들은 그라운드석 티켓 구매를 할 수 없으며 외국 관광객들은 그라운드석 티켓이 포함된 관광상품을 통해 해당 좌석에 입장하고 있다. 그 비용은 항공비를 포함해 70만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현대오일뱅크 마케팅팀 D관계자는 “티켓은 초청해야 할 분들에게 주로 드리고 임직원은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VIP 분들께만 드리는 게 아니라 불우청소년을 초대하기도 하고 다양하게 사용한다”고 전했다. 임직원에게 표가 일절 제공되지 않는 것인지 묻자 D관계자는 제공 여부는 대답을 피하며 “임직원이 그라운드 좌석에는 앉을 수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액면 그대로 해석할 때, 현대 임직원에게 티켓은 제공되지만 좌석에 직접 앉을 수는 없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 티켓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

그라운드 좌석, 청소년ㆍ시민 범법자 만드는 불공평 시스템

인터넷을 통해 티켓을 구매하려다 6만원의 사기를 당했다는 이선정(가명ㆍ20세 대학생) 씨는 “그라운드 좌석 1구역의 경우는 40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면서 “한 번 사기를 당하긴 했지만 10만원짜리 티켓을 다시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전했다. 또 “암표 비용은 비싸지만 이렇게라도 구할 수 있어 안도감이 든다”고도 말했다.

고등학교 2학년 딸과 딸의 친구를 위해 8만원짜리 그라운드 좌석 티켓 2장을 암표로 구매한 김명우(가명ㆍ44세 회사원) 씨는 “딸이 좋아하는 공연이라서 불법인 건 알지만 티켓을 구매했다”면서 “비싸도 딸이 원하는데 안 해 줄 순 없지 않으냐”고 얘기했다.

이렇듯 일반인들은 범법이라는 마음의 부담감을 가지면서까지 티켓을 구매하지만, ‘관계자를 아는’ 사람들은 손쉽게 표를 구하고 이를 고가에 판매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주최 측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 각종 언론사 등 각계각층을 초청하는 쪽에 사용된다”면서 “암표 문제는 매년 고민을 하며 충분한 노력을 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가 드림콘서트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근본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관계자 말대로 ‘아는 사람’을 활용해 초청용 티켓을 건네받고 판매하는 행위가 비단 드림콘서트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드림콘서트가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공익으로 대표되는 콘서트인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먼저 나설 수도 있다. 가령, 지인 대신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게 그라운드 전 좌석을 할애할 수도 있고, 티켓을 원하는 국내외 팬들을 위해 적정 가격으로 공식 판매한 후 수익금을 기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의 시스템은 일반석에 앉은 청소년들에게 甲석에 앉지 못한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는 불공평 구조다. 축제의 장에서까지 불공평한 사회를 느끼게 하는 것은 가혹하다.

암표를 구하려다 비싼 가격때문에 포기할까를 고심 중이라는 김진희(가명ㆍ19세 고등학생) 양은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아는 사람 통해) 쉽게 보고 티켓을 구입하는데… 누구를 위한 콘서트인지 모르겠어요”. 소녀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오대성 인턴기자 worldswith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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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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