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정면 충돌 이남기-윤창중, 누가 말릴 것인가

[친절한 쿡기자] 정면 충돌 이남기-윤창중, 누가 말릴 것인가

기사승인 2013-05-11 19: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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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청와대 간부들 사이에 벌어진 사상 최대의 진실 게임. 이런 제목을 붙여 놓고 흥미롭게 기사를 쓰고 싶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점점 열 받는 심정은 어쩔 수 없다.

청와대의 홍보 수석과 대변인이라는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서로를 ‘디스’하면서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우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낭비되는 것은 국민의 세금이고 국력이고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초반이라는 소중한 시간이다. 국격은 커녕 보수 정권이 보여줘야 할 성숙한 품격도 찾아보기 어렵다. 시정잡배 간의 말다툼도 이것보다는 진실하지 않을까.

청와대 이남기 홍보수석은 11일 오후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에 와서 말했다.

“그거(윤창중씨의 성추행 의혹)에 굉장히 쇼크를 먹은 상태였고, 그리고 (상하원 연설에) 들어갈 시간은 가까워오고 해서… 그때 정황상 100% 기억나진 않지만 제가 귀국하는 게 좋겠다거나 얘기한 건 없다.”

이날 오전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윤씨가 기자회견을 열어 “직속상관인 이 수석이 ‘1시 30분 출발하는 비행기를 예약해 놓았으니까 짐을 찾아서 떠나라’고 해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 것이 거짓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윤씨는 기자회견에서 “잘못이 없는데 왜 일정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되느냐. 해명을 해도 이 자리에서 하겠다고 말했다”라고 주장했는데, 이 수석은 “들은 기억이 전혀 없다”고 했다. 홍보수석과 대변인이 엇갈린 진실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둘 중 한명은 거짓말을 하거나 불편한 기억을 망각해버리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정확하게 기록해 국민에게 알려야 하는 일을 맡은 이들끼리 벌이고 있는 일이다.

이 수석은 윤씨의 귀국 과정을 자신의 버전으로 이렇게 설명했다.

“윤 전 대변인을 영빈관 앞에서 5~10분 정도 잠깐 만났을 때 전광삼 선임행정관으로부터 보고받은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사실이냐고 물었고, 거기서 얘기를 좀 하다가 상하원 합동연설 참석이 워낙 급해 전 선임행정관과 상의해 결정해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윤씨의 버전과는 사뭇 다르다. 윤씨가 기자회견에서 한 말은 이렇다.

“제가 경제인 조찬 행사를 마치고 수행원 차량을 타고 오는데 이 수석으로부터 전화가 와 ‘할 얘기가 있다’고 해 영빈관에서 만났다. ‘재수가 없게 됐다. 성희롱에 대해서는 변명을 해봐야 납득이 되지 않으니, 빨리 워싱턴을 떠나서 한국으로 돌아가야되겠다’고 말했다.”

윤씨의 기억을 따르면 사태가 이렇게 커진 것은 거의 전적으로 윤씨에게 귀국을 종용한 이 수석에게 있다. 윤씨는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도 “위로와 격려의 제스처로 허리를 툭 치며 미국에서 성공하라고 한 것”이라며 “문화적 차이”라고 전면부인한 바 있다.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이 수석의 귀국 종용으로 커졌고 자신도 400만원짜리 비즈니스석을 타고 태평양을 넘어 날아오는 와중에 대변인에서 경질돼 버렸다는 원망마져 느껴졌다.

이 수석은 기자들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면, 책임을 질 상황이 있다면 저도 책임을 져야죠”라고 말했다. 윤씨가 계속 자신을 물고 늘어지며 책임을 묻는다면, 자신도 백수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수석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워싱턴에서 불명예스럽고 고위공직자로서 굉장한 품위손상 행위를 했다는 것으로 그게 경질의 큰 원인이다. (청와대 직원) 모두가 열심히 해 전부 성공적인 방문이 됐다고 서로 자축하고 격려했는데 한 사람의 올바르지 못한 문제로 그런 사실이 훼손됐다는 게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그게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국민이 보는 사건의 본질은 다르다. 아무 것도 아닌 ‘문화적 차이’를 이런 초대형 사태로 만들었든지, 아니면 성추행보다 더한 일이 있었던 것을 덮기 위해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든지, 어쨌든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청와대의 최측근 간부들이 이렇게 큰 일을 저질러 놓고선 자기 살길을 찾기 위해 국민 앞에서 해괴망칙한 쇼를 하고 있다는 것이 본질이다.

사태가 이렇다면 누가 나서야 하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가. 휴일 근무 수당 한푼 못 받는 전직 대변인까지 나서서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있는데, 국민이 뽑아준 대통령은 비행기 위에서 손을 흔든 뒤 국민에게서 사라진 채 침묵만 지키고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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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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