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여성가족부와 국방부 등이 후원한 ‘세계 부부의 날’ 행사에 네티즌의 비난이 쏟아졌다.
세계부부의날위원회는 오는 21일 세계부부의날을 앞두고 19일 밤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국방부 군인 부부 등이 참석한 ‘대한민국 부부축제’를 열었으나 텅빈 객석으로 예산 낭비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광장에 마련된 좌석은 350석 정도였지만 자리를 채운 인원은 80여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채워진 무대 바로 앞 중앙 객석엔 군인 부부들만 북적거렸다. 이들은 ‘올해의 부부군인상’을 받는 20여 쌍의 군인 부부였다.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국방부 행사로 오해할 만한 광경이었다.
행사장 뒷줄 의자엔 주인 없는 홍보용 책자가 수북했다. 식순에는 올해의 부부군인상 20쌍, 올해의 동장(洞長)부부상 7쌍 등의 수상 내역이 적혀있었다. 상을 받는 사람만 60여명에 달하니 이들을 제외하면 행사에 참석한 시민은 소수에 불과한 셈이었다. 이마저도 대부분 수상자를 축하하러 온 가족들이었다. 행사 이름에 ‘대한민국’이란 말이 들어간 게 민망할 정도였다.
이 행사는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과가 주관 부서가 되어 세계부부의날위원회를 지원해 이뤄졌다. 오는 21일 국회에서 기념식 및 세미나가 열리며 21일까지 전국 지자체 별로 행사를 갖는다.
이날 행사를 지켜 본 이모(43·서울 마포동) 부부는 “운동하러 나와 보니 스피커 소리가 커서 보게 됐다”며 “많은 돈이 들었을텐데 이처럼 썰렁한 행사를 누구를 위해서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행사 취지는 일반인과 함께하는 행사였다”며 “경품 추첨 순서도 마련해 뒀지만 참여하는 시민은 많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올해로 일곱 번째 행사인데 홍보가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시성 행사에 네티즌의 비난이 그치지 않았다. 포털사이트 다음 메인화면의 사진 기사엔 수백개의 비난 댓글이 달렸다. 닉네임 ‘windows-sou’l은 “지금이 한반도 안보 위기냐”며 군인들 태도는 실망스럽다는 내용의 댓글을 남겼다. 닉네임 ‘별던지기’, ‘봄여름가을겨울의전설’ 등도 댓글로 군대의 기강을 문제 삼았다.
닉네임 ’더덕‘은 “여성부가 할 일은 접고 쓸데없이 다른 일에 끼어 든다”며 “윤창중(사태)에 뭐라 말 한마디 못하는 부서는 예산을 토해내라”는 댓글을 쓰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수민, 정건희 수습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