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지난주 ‘5·18 민주화 운동’으로 시끄러운 사이 16일 제 48회 ‘5·16민족상’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종편의 ‘5·18 북한군 게릴라 개입’ 보도,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 제창 배제 논란, 일간베스트저장소의 5·18 폄훼 이슈 등에 묻혀 정작 5·16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5·16민족상은 ‘5·16군사정변’의 주역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6년 직접 제정했습니다. 산업 과학기술개발 학예 안전보장 등 다양한 부문에서 국가발전과 국위선양에 공헌한 사람들을 치하하는 취지의 상입니다. 그런 유서 깊은 상이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 취임 첫 해에 아무런 주목도 받지 않았다니 의아합니다. 올해 ‘5·16’ 자체가 별다른 조명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는 점도 의미심장합니다.
무엇보다 관심이 가는 부분은 헌법 정신에 반하는 군사정변의 발생일, 5·16이 과연 상의 명칭으로 적합한가 하는 점입니다. 5·18이 군부독재에 저항했던 민주화운동으로 공인됐듯 5·16은 무력으로 정권을 장악한 군사정변이자 쿠데타로 역사적 정의가 내려진 사안입니다. 일단 5·16이 헌정질서를 파괴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뒤늦게 시상식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낯설고 놀랍다는 반응입니다. “5·16에 상을 주다니”(와**)라거나 “쿠데타 상도 있나? 해외토픽감”(미래**)이라며 의아해했습니다. “벌써 48회라는 게 더 놀랍다”(모나**)거나 “상 이름이라도 좀 바꾸던가”(OPT***)와 같은 반응이 주를 이뤘습니다.
5·16에 대한 역사의 평가와는 별개로 박 전 대통령과 제3공화국에 대해서는 공과 과가 모두 있다는 시각이 일반적입니다.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당대의 명암 중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춰 바라볼지는 각자의 몫이기도 합니다. 산업화와 경제발전 등 박 전 대통령의 업적과 정신을 긍정하고 기리는 상, 그 자체로 비판받을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박정희 민족상’이 더 낫지 않을까요. 5·16이라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명칭이 부각되어 굳이 필요 이상의 비판을 받지 않게 말입니다.
5·16민족상 재단 측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명칭 변경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재단 측은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정부로부터 비슷한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답니다. 당시 ‘5·16장학회’는 지침을 받아들여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정수장학회’로 변경했지만 5·16민족상은 굳건히 버텼다는 후일담도 들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젊은 세대들의 거부반응은 잘 알고 있지만, 유서 깊은 명칭이라 바꿀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정희 정권에서 타살된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준 목사는 지난 17일 뉴욕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 “최근 발생한 윤창중 사건은 5·16 세력의 비뚤어진 권력문화의 산물”이라며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긴 자가 정의가 되는 세상이 바로 5·16”이라고 5·16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올해 유력인사의 5·16관련 언급 중 거의 유일하게 회자된 발언이었습니다.
재단 관계자는 지난해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했지만 올해는 불참했다고 전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취임 첫 해에 왜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의 정신을 기리는 5·16민족상 시상식에 불참했는지, 이번 5·16이 왜 평소보다도 더 조용했는지 5·16민족상 측에서도 한번쯤 더 생각해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사진=쿠데타 직후 시찰하는 박정희 장군)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건희 수습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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