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6자회담서 한국은 ‘구경꾼’…美 외교전문, 영향력 평가절하

[단독] 6자회담서 한국은 ‘구경꾼’…美 외교전문, 영향력 평가절하

기사승인 2013-05-29 17:51:01

사진 : 피터 백스터 전 호주 외교부 동북아 지역국 국장(왼쪽)과 존 힐렌 전 미국 국무부 정치·군사 차관보

[쿠키 지구촌] 한반도 위기가 진정국면에 들어선 상황에서 북한 특사의 중국 지도부 면담을 두고 중국을 매개로 한 ‘북·미 간접대화’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유일한 우방국 중국을 통해 출구전략을 시도하는 모습 이면에 북한과 미국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펼쳐지고 있다는 관점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요구를 거부하는 입장이지만,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취임 이후 ‘대화 가능성’을 놓고 북한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그는 북한이 협상여지를 표면화했으며 이런 태도 변화는 대화를 위한 ‘착수(beginning gambit·바둑과 체스 등의 첫 포석)’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케리는 지난달 12일 한국 방문 당시 “북한과 양자 대화 및 6자회담을 할 수 있다”고 운을 뗐고, 다음날 중국으로 건너가선 “한반도에서 위협이 사라지면 이 지역에 배치된 미사일방어망을 축소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들과 외신들의 분석에 따르면 미 상원 외교위원장 출신인 케리 장관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고 올 수단으로 중국을 선택한 모양새다. 북한이 특사를 중국에 파견하기 이전까지 워싱턴 외교가에선 중국이 대북 특사를 파견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 바 있다.

한반도 위기를 둘러싼 지금까지의 진행상황을 종합해 볼 때, ‘당사자’인 한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재개를 전제로 미국과 중국이 조성한 ‘판’에 양국의 이해관계가 우선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통미봉남(通美封南·미국과 실리적 외교를 지향하면서 남한의 참여를 봉쇄하는 북한의 외교전략)’ 구도 속에 ‘구경꾼’으로 전락한 한국의 처지는 과거 6자회담 과정에서도 반복됐던 부분이다.


특히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는 6자회담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생각보다 초라한 모습이었다는 정황증거가 나온다. 북핵 해법을 모색하던 다자간 협의과정에서 주변국들은 한국의 영향력과 역할을 과도하게 ‘평가절하’하는 경향을 보였다.

호주 주재 미국 대사관이 2006년 11월 9일 관련국 대사관들과 미 국무부, 국방부, 정보기관, 합동참모본부, 태평양 사령부 등에 보낸 1급 기밀문서에는 6자회담과 관련해 한국을 ‘취약한 연결고리(weak link)’로 묘사한 내용이 등장한다. 2006년 11월 2일부터 나흘간 호주를 방문한 존 힐렌 미 국무부 정치·군사 차관보가 피터 백스터 호주 외교부 동북아 지역국 국장을 만나 북핵 문제를 중심으로 역내 현안들을 논의하던 과정에서 나온 언급이다.

당시 힐렌 차관보는 호주를 방문해 호주 정부 외교?국방 관계자들과 광범위한 접촉을 갖고 역내 정세를 둘러싼 의견과 정보를 교환했다. 힐렌은 2006년 1월 이라크 주둔 한국군 자이툰 부대를 방문해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미 국무부 장관의 서신을 정승조 부대장(현 합참의장)에게 전달했을 정도로 한국 관련 업무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다. 백스터 국장도 2007년 3월 단장 자격으로 호주 대외지원기금(AusAID) 고위 관계자들과 함께 평양을 방문해 원조를 조건으로 북측에 ‘2·13 합의(핵 신고를 전제로 에너지 지원 등을 규정)’의 이행을 촉구했던 대북 관련 실무진이었다.

이들은 당시 집권 1기를 갓 시작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취임 이후 최초 해외순방으로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 주석과 북핵 문제를 논의한 것에 대해 “(이어진) 한국 방문보다 더 유용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문건에는 북핵 문제를 놓고 미·중 공조가 성공적이었다는 진단과 함께 중·일 공조의 개선을 강조한 내용까지 적혀있다. 시기적으로 북한이 최초의 핵실험(2006년 10월 9일)을 단행한 직후의 상황으로 북핵 문제가 당시 최대 현안이 됐던 시점이다. 이들의 긴박한 논의에서 한국은 철저하게 배제돼 있었다.

이는 당시 한국에서도 제기됐던 한국 역할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미 정부 문서에서도 확인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후 급격하게 경색된 한반도 상황은 주변국들로 하여금 그나마 이어져 있던 남북관계를 ‘끊어진 연결고리’로 인식하게 했을 가능성도 높다.

최근 6자회담 재개 논의가 탄력을 받는 상황에서 이런 인식은 대화 테이블에서 한국이 갖는 위상과 맞물려 향후 시사하는 바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존재감’의 확보는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서울 프로세스’의 앞날과도 직결될 전망이다. 서울 프로세스는 6자회담 참가국들이 모여 기후변화와 원자력 안전 등 비정치적 의제를 통해 북한의 자연스러운 대화 참여를 유도한다는 계획으로 한국의 위상 제고를 위한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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