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 콘서트, 관객과 만든 ‘잠실 별’ 무대

이문세 콘서트, 관객과 만든 ‘잠실 별’ 무대

기사승인 2013-06-03 15:20:01


[쿠키 연예] 지난 1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가수 이문세가 데뷔 30주년 콘서트를 열었다. 이날 잠실벌은 5만여 개의 작은 별들이 모여 ‘별이 빛나는 밤’을 연출했다. 한 편의 뮤지컬 같은 공연은 뜨거운 환호와 선선한 바람을 타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다.

‘대.한.민.국 이문세’라는 콘셉트로 꾸며진 이날 공연의 첫 곡은 ‘애국가’였다. 지휘자 이문세의 박자에 맞춰 모든 관객이 일어나 야광봉을 들고 함께 지휘했다. 이어 그의 대표곡이자 후배 가수 유리상자, 신화, 빅뱅 등이 리메이크한 ‘붉은 노을’이 잠실벌에 울려 퍼졌다. ‘오리지널의 진수를 맛보라’는 듯 그 어떤 리메이크보다도 공연과 가장 잘 어울리는 편곡으로 귀를 사로잡았다. 원조의 진국이 느껴지면서도 세련된 감각이 엿보였다. 쉴 틈 없이 계속된 ‘파랑새’ 무대 역시 관객을 삐릿 삐릿 하게 만들며 콘서트 초반부터 공연장을 뜨겁게 만들었다.

이문세는 “제가 그 유명한 이문세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고 말문을 연 뒤 “꿈꾸고 있는 것 같다. 꿈이 아니라는 걸 알려 달라”고 말하며 관객의 폭발적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어 “5만여 개의 별이 모인 또 하나의 우주 같다. 각자 모두가 하나하나의 별이다. 별이 빛나는 밤에 5만 명 앞에서 노래 부르는 건 처음”이라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문세는 자신의 수많은 히트곡을 무대 스크린과 조명, 여러 특수 장치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선보였다.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은 미지의 숲 속에 온 듯한 미묘한 영상과 녹색 빛 조명이 돋보였고, 브라스 밴드의 연주와 재즈풍 편곡이 어우러진 ‘애수’는 뉴욕 브로드웨이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또 중절모의 신사와 드레스를 차려입은 숙녀가 등장한 ‘할말을 하지 못했죠’는 뮤지컬에서나 볼 듯한 안무와 구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조조할인’에서는 고전 ‘장군의 아들’ ‘고교우량아’ 등의 영화 포스터를 사용해 옛 극장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압권은 ‘깊은 밤을 날아서’ 무대로 종이 돛단배를 탄 어린 왕자 이문세는 공연장을 한 바퀴 순회했다.

이문세는 “사실 ‘대한민국 이문세’는 큰 뜻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이문세, 대한민국에서 노래하는 이문세, 히트곡이 제법 많은 이문세, 얼굴이 제일 긴 이문세 등 다양한 뜻을 담고 있다”면서 “이문세의 추억과 역사를 축제처럼 펼쳐보자는 얘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문세는 여러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처음으로 무대에 서게 해준 전유성 선배님, 첫 방송 DJ를 시켜준 기독교 방송의 선배님, 방송에 불러 주신 故 이종환 선생님 등 모두 평생 감사해야 할 분들”이라고 전했다.

이문세는 지난 2008년 고인이 된 이영훈을 떠올리며 ‘사랑이 지나가면’의 무대를 꾸몄다. 무대 위에 덩그러니 남겨진 피아노는 자동으로 연주됐고 그 곁에서 이문세는 노래 불렀다. 이영훈은 ‘깊은 밤을 날아서’ ‘옛사랑’ ‘가을이 오면’ ‘소녀’ ‘붉은 노을’ 등 거의 모든 이문세의 히트곡을 작사 작곡한 뮤지션이었다. 이문세는 “영훈 씨, 어딘가에서 노래 듣고 있는 거죠?”라며 그를 떠올렸다.

한편, 이날 공연에는 화려한 게스트가 대거 등장해 뜨거운 함성을 이끌어 냈다. 배우 안성기, 가수 김태우 이정 허각 정준영 로이킴 노을, 개그맨 박수홍 박경림, 스포츠 스타 박찬호 송종국 우지원, 영화감독 류승완, 사진작가 조세현 등 ‘대한민국 이문세 합창단’으로 꾸려진 30여 명의 스타가 총출동해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의 무대를 만들었다. 스타들이 한 줄로 줄지어 서니 그 큰 무대도 꽉 찰 정도였다. 이문세는 후배 가수 성시경과 ‘소녀’를, 윤도현 김범수와는 ‘그녀의 웃음 소리뿐’을 콜라보레이션으로 멋지게 소화했다. 소화라기보다는 ‘승화’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 정도로 완벽한 무대였다.

‘빗속에서’ ‘휘파람’ ‘그대 나를 보면’ ‘광화문 연가’ 등 총 25곡을 소화한 이문세는 앙코르로 ‘이별 이야기’와 ‘그대와 영원히’를 끝으로 무대를 끝마쳤다.

이문세는 “오늘 공연은 여러분이 해주신 거다. 여러분이 만들어준 무대에 정말 고맙다. 일일이 얼굴을 다 기억할 순 없지만 길에서 우연히 만나면 ‘6월 1일 그 자리에 있었다’고 말하면 꼭 안아 주겠다”면서 “오늘 공연의 후유증이 오래갈 것 같다. 지금까지 가수라서 행복한 이문세였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그의 얼굴에는 땀과 눈물이 엉겼지만, 가장 행복한 별빛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에메랄드빛 야광봉과 코발트블루 색의 야광봉 향연은 무대가 끝나고서도 여전히 출렁거렸다. 150분 동안 불을 밝힌 5만여 개의 별들은 작별이 아쉬운 듯 보였다. 이문세뿐만 아니라 ‘잠실 별’을 달군 수많은 관객도 당분간 후유증을 앓을 것 같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오대성 인턴기자 worldswithin@kukimedia.co.kr / 사진=무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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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성 기자
worldswithin@kukimedia.co.kr
오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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