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정희 휘호 둘 중에 가짜가 있다… ‘독서하는 국민’ 논란

[단독] 박정희 휘호 둘 중에 가짜가 있다… ‘독서하는 국민’ 논란

기사승인 2013-06-04 20:37:01

[쿠키 문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0년 11월 3일 쓴 한글 휘호 ‘독서하는 국민’에 대한 진위 논란이 일고 있다. 똑같은 글씨체의 두 가지 휘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휘호가 처음 공개된 것은 2007년 7월 열린 서울옥션 경매를 통해서였다. ‘독서하는 국민’이라는 글씨 아래 ‘1970년 11월 3일 대통령 박정희’라고 서명하고 ‘정희’라는 낙관을 찍었다. 이 휘호는 당시 5500만원에 낙찰됐다.

두 번째 휘호는 7일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3층 로비에서 열리는 ‘정전 60주년 기념 땡큐 유엔’ 행사에 출품된 작품이다. 4일 확인한 출품작 ‘독서하는 국민’은 육안으로 보아도 경매 낙찰 휘호와 똑같았다. 선을 그을 때 생기는 붓 자국까지 일치했다. 특히 ‘독서’의 ‘서’자와 ‘국민’의 ‘민’자에 먹이 제대로 묻지 않아 나타나는 여백마저 동일했다. 다만 ‘독서신문 창간에 즈음하여’라는 글씨가 적혀 있는 것이 달랐다.

한국문화안보연구원과 대한민국문화예술체육전문인총연합 등이 주관하는 이 행사에는 ‘독서하는 국민’ 외에도 ‘국기태권도’(1971) ‘저축은 국력’(1976) ‘자립경제 자주국방’(1977) 등 박 전 대통령의 휘호 10여점이 출품됐다. 이들 휘호는 대구의 한 소장가가 30년 넘게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는 11일부터 21일까지 서울 미근동 경찰청 로비로 장소를 옮겨 열린다.

한 미술품 감정전문가는 “글씨와 날짜 모양이 똑같아 한쪽이 가짜이거나 둘 다 위작일 가능성이 높다”며 “경매 낙찰 휘호의 경우 글씨와 날짜 사이 간격이 떨어져 있어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위작 수법에 대해 “진품을 크게 확대해 화선지를 위에 대고 먹으로 세밀하게 베끼면 감쪽같아진다”고 설명했다.

서울옥션 측은 “출품자와 낙찰자의 신분은 밝힐 수 없지만 경매 당시 공식적인 감정을 통해 진품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회의원회관에서 전시를 여는 주최 측은 “소장자가 경매 등 각종 경로를 통해 수집한 작품으로 가짜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18년 재임 기간 중 1200여점의 휘호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으나 체계적인 관리 기록이 없어 위작이 많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이 지난 10년간 박 전 대통령의 휘호를 감정한 결과 14점 중 11점이 가짜로 드러난 바 있다.

송향선 감정위원장은 “2000년대 들어 박 전 대통령의 휘호가 경매 등을 통해 고가에 팔리면서 위작이 다수 만들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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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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