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영국 정부는 4일(현지시간) 시리아에서 채취한 혈액과 모발 테스트 등을 통해 정부군 측이 화학무기의 한 종류인 사린가스를 사용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TV 방송에 출연해 “시리아 정부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다. 사린가스를 생산하거나 저장하는 장소에 군사력을 투입하는 등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프랑스 르몽드 기자들이 시리아에서 가져온 샘플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와 관련,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기자들을 만나 “증거가 나온 만큼 국제사회는 행동에 나설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영국 역시 시리아에서 채취한 샘플을 분석한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시리아 내 화학무기 사용 의혹을 조사해온 유엔 독립조사위원회도 화학무기 사용을 뒷받침하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영국, 프랑스가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 무기 사용 증거를 제기한 것과 달리 유엔은 사용 주체가 누구인지 확실치 않다고 덧붙였다.
“화학 무기를 사용할 경우 레드라인”이라고 수차례 밝힌 미국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프랑스의 조사 결과는 미국 정부의 조사 내용과 완벽하게 일치한다”면서도 “누가, 언제 화학무기를 사용했는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시리아 사태 개입을 꺼리면서도 인접국에 무기를 증강하는 등 긴장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이달 말 요르단에서 패트리엇 미사일과 F-16 전투기로 군사 훈련을 하기로 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미국은 요르단 정부의 요청에 따라 훈련이 끝나고 나서도 해당 무기 일부를 요르단에 배치할 계획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