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의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대한민국과 레바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경기가 끝나자 이동국(34·전북 현대)에게 악플이 쏟아졌다. 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9위에 불과한 레바논을 상대로 졸전을 벌인 끝에 1대 1 무승부에 그치자 일부 극성팬들은 분개했고, 이동국은 또 ‘희생양’이 됐다.
그러나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이동국은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이동국은 6일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된 대표팀 회복 훈련을 소화했다. 훈련이 끝난 뒤 이동국은 “이제 그런 것(악플)을 신경 쓸 나이는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레바논전 결과에 대해 “힘들지만 빨리 잊고 남은 두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언제나 되풀이되는 악플만 문제되는 건 아니다. 졸전 경기 후에는 어김없이 나타나는 불화설도 튀어나왔다. 한 국내 언론은 레바논전 부진 원인을 분석하며 ‘대표팀 선수들 간에 불화가 있었으며, 지난 3월 카타르전을 앞두고는 이청용과 기성용이 다퉜다’고 보도했다. 순한 성격인 이청용(25·볼턴)은 잔뜩 화가 났다. 훈련을 마친 이청용은 “사실 확인도 안 하고 기사를 쓴 것”이라며 “헛소문인데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가 난다”, “어이없다”는 말을 몇 차례나 반복한 이청용은 “기사를 읽고 기성용과 직접 통화했다. 성격이 긍정적인 친구인데도 화가 난다고 하더라”며 “우리가 얼마나 친한 사이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결혼할 신부(한혜진)보다 내가 더 기성용과 붙어 있어야 오해가 안 생길 판”이라고 흥분했다. 청소년대표와 올림픽대표에 이어 A대표팀까지 함께 거친 기성용과 이청용은 ‘쌍용’으로 불리며 FC서울에서 2009년까지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최강희 감독은 불화설에 대해 “선수들끼리 의견 충돌은 있을 수 있지만 감정적인 대립은 없다”며 “불화가 실제로 있다면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 레바논전에서 못하니까 온갖 괴담과 악담이 다 나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우즈베키스탄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팀이다. 본선 진출을 믿어도 된다”고 덧붙였다.
대표팀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 18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이란과 차례로 월드컵 최종예선 7, 8차전을 치른다. 큰 위기를 맞은 대표팀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악플이나 근거 없는 불화설이 아니라 따뜻한 격려와 응원이다. 고질병인 악플과 각종 설(說) 등은 한국 축구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인기 기사]
▶마이클 잭슨 15세 딸 패리스 자살기도, 왜?
▶ “성적 수치심”…여성 1000명, 윤창중 전 대변인 고발
▶‘패륜 동영상’ 순천제일고생 처벌 면해…“아이들 장래가 있는데” 피해 할머니 측 선처 호소
▶'손세이셔널' 손흥민 레버쿠젠 이적하나
▶ 페이스북에 北 조선중앙TV 실시간 방송 확인…경찰 “원칙따라 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