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 회의, 통과의례 같았다”

“원자력안전위 회의, 통과의례 같았다”

기사승인 2013-06-13 17:21:01
[쿠키 사회]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 활동을 하면서 원전 위험과 관련해 안심이 안 됐습니다. 원안위 위원도 안심을 못하는데 국민은 어떻겠습니까.”

최근까지 원안위 위원을 지낸 윤용석 법무법인 광장 대표 변호사는 1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원안위 회의가 “통과의례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 10월 원전 규제기관인 원안위가 출범했을 때부터 9명의 위원 가운데 한 명으로 활동했다.

윤 변호사는 “회의 보고 내용이 상당히 피상적이었다. 회의는 내용이 없고 형식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원전 재가동을 승인하는 건 통과의례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 안전에 대한 여러 질문을 해도 제대로 된 답을 듣기 어려웠다고 했다. 윤 변호사는 “회의 운영 방식이 원안위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질문을 많이 했고 대책에 대한 요구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여러 차례의 요구에도 원안위 운영 방식에 변화가 없자 올초 정상적 회의 운영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강창순 당시 원안위 위원장 앞으로 보냈다. 지난해 12월31일 한빛(영광) 5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한 제11회 원안위 회의에 심각한 법적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윤 변호사는 내용증명에서 “회의 규칙에는 일시, 장소, 안건을 정해 7일 전에 통지하게 돼 있는데 하루 전에 구두로 통지됐다”면서 “안건을 미리 검토할 수 없었고 질의응답·토론할 시간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 한빛 5호기 재가동 승인 안건을 독립 안건이 아닌 별지에 끼어 넣은 점도 문제 삼았다. 그는 “이렇게 중대한 사안을 날림으로 의결한 이유가 무엇이냐”면서 “원안위가 파행, 편법으로 운영되는 것과 품질보증서·시험성적서의 위조와 다를 바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나 윤 변호사는 내용증명에 대한 답신도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 그는 “바위로 계란을 치는 것 같았다”고 탄식했다.

그는 “비리 재발방지와 관련해서도 원안위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면서 “지난해부터 불거진 문제인데 심도 있는 연구가 없고 지금까지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원안위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안전에 관한 독립 부서가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출범했다. 애초 대통령 직속 독립기관이었으나 올해 정부조직개편으로 국무총리 산하에 있다.

원전 안전과 규제가 주 업무이지만 초대 위원장에 원전 진흥을 주도해온 강창순 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임명돼 논란이 됐었다. 강 전 위원장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이 주축인 이른바 ‘원자력 마피아’의 대부로 불린다. 2대이자 현(現) 이은철 위원장도 같은 과 교수 출신이어서 일각에서는 원안위가 원자력 마피아의 노후를 위한 기관이냐는 비판도 있다. 결국 원안위와 한국수력원자력, 검증기관, 납품업체 모두 한통속으로 비리를 저지르고 돈을 주고 받거나 서로 눈감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원안위 비상임위원 4명을 새로 선임했다. 새누리당이 추천한 나성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국제원자력안전학교 교수와 임창생 전 한국원자력연구소장, 민주당이 추천한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와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위원장이다. 이 가운데 만 72세인 임 위원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이다.

원안위 위원 9명 중에서 상임위원은 위원장과 사무처장이다. 7명 비상임위원 가운데 4명은 국회(여야 2명씩 추천)가, 3명은 원안위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권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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