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쓴 소리를 했다. 임 검사는 특히 검사가 불기소 결정을 내린 사건을 다시 재기하는 재기수사 명령을 내릴 때면 힘들다면서 검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맡은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임 검사의 글 전문.
항고사건에 대한 재기수사명령 결정문을 쓰다가 도저히 참기 어려워서 한마디 하러 들어왔습니다.
어차피 듣기 싫은 이야기를 하려는 거니 입에 발린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검찰의 위기 상황이나 개혁방안 같은 건 제가 이야기할 소재는 아니라고 생각하니, 업무에 대해서만 간략히 말하겠습니다. (제가 몇 년 동안 항고 업무를 담당해 오면서 내린 재기수사 명령 때문에 고생하신 일선 검사님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는 있지만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하기로 하지요.)
제가 생각하기에 현재 검찰 업무 처리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결재자들의 태도, 또는 마음 가짐입니다.
이번에 청주에서 선거법위반과 관련해 큰 사건이 있었지요. 그 파장을 생각하면 절대로 일어나면 안되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수사 검사는 일하다가 그런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남이 보면 한눈에 알아낼 수 있는 오자도 직접 글을 쓰는 사람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니까요. 그런 실수는 그야말로 실수일 수도 있고 실력이나 경험이 부족해서 나올 수도 있지만 아무리 경험이 많고 실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초임 검사라면 틀리는 게 당연하지요.
그러나 그런 실수를 잡아주는 것이 부장과 차장의 역할입니다. 그것도 봐주지 않으려면 뭐하러 결재를 하는 겁니까?
제가 서울고검에서 항고 업무를 담당할 때 이해가 잘 가지 않아 후배들에게 물어봤다가 정말 어처구니 없는 답변을 들었던 일이 있습니다. 항고 기록을 검토하다 보면 부장이 전혀 보지 않은 것 같은 기록이 자주 있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했더니 그 후배가 월말에는 기소하는 기록 보기도 바빠서 불기소 기록은 보지도 못하고 도장만 찍는다고 하더군요. 그 친구 만이 아니고 여럿으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기소하는 사건도 공소장은 안보고 공판카드만 본다더군요) 심지어는 결재 열심히 해서 좋을 것 없다는 말을 한 후배도 있었습니다.
예전에 임채진 전 총장님께서는 서울지검 형사부장을 하실 때 월말에 열흘 정도는 집에 퇴근을 안하셨었습니다. 밤새 부장실에서 기록 보시는 걸 제가 평검사 시절에 직접 확인할 일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 부장님들께 그렇게 하라는 부탁을 드리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자기가 책임질 수 있는, 자신으로서는 최선을 다한 기록에만 도장을 찍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이상론이라고 말해서는 안되지 않겠습니까?
외에도 복잡하고 어려운데다 경제 관련 전문지식이 필요한 사건이어서 저라면 당연히 부수석에게 배당했을 사건을 초임 여검사(남녀차별을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두 건 정도 본 사례여서 하는 이야기입니다)에게 배당해서 아무 보완수사 없이 경찰 의견대로 무혐의 처리하는 사례라든가, 검사가 직접 수사했으면서도 결정문에는 참고인 진술을 반대 취지로 인용한다든가 하는 경우 같은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항고사건을 처리하면서 가장 슬플 때는 경찰 기소 의견 송치 후 검사가 불기소한 사건에 대해 재기수사명령을 내릴 때입니다. 제 기억에 항고를 담당한 3년여 동안 경찰 기소 의견을 검사가 불기소했는데 그 결론이 맞다고 생각해 항고 기각한 사건은 다섯건이 안됩니다. 그 중 한건은 경찰이 친족상도례를 몰라서 기소 의견 송치했던 것이니 실제로 경찰의 결론이 잘못됐던 것은 그보다도 더 적지요. 재기한 사건 중 절반 정도는 그야말로 혐의 유무가 불분명하고 결론을 내리기 위해 꼭 필요한 수사를 하지 않은 수사미진을 이유로 재기했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보완수사도 필요 없이 그냥 기소할 정도였습니다. (물론 기소한 사건 중 무죄가 나온 것도 있을지 모르지만 확인하 방법이 없군요. 무죄 통보는 아직 못받았습니다)
다른 일들도 다 중요하지 않은 게 없겠지만 검사는 자신이 담당하는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부장이나 차장 등 결재자들은 자신이 맡은 결재 임무를 재대로 수행하는 게 업무 비율을 따졌을 때(차장은 좀 다르군요) 가장 중요한 일이 제발 그 중요한 일을 중하게 여겨서 올바르게 수행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사실은 몇 년 전부터 쓰려던 이야기였는데, 오늘 날씨가 많이 더운 모양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