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30대 그룹이 연초 지난해보다 7.7% 증가한 149조원 규모의 올해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실제로는 투자를 보류하거나 철회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기존 투자는 속도를 늦추고 새로운 투자는 주저하는 모습이다. 국내외 경기 악화에다 재계에 대한 전방위적인 사정,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요구 등으로 투자 의지가 꺾인 탓이 크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23일 “대다수 기업들이 경제민주화 법안 등 불확실한 여건 때문에 상당히 위축돼 있다”며 “올해 투자 계획 집행률이 90%를 크게 밑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상 연말에 투자 계획 이행실적을 조사해보면 경기가 안 좋을 땐 90%, 좋을 땐 110%가 넘는데 올해는 90%가 채 안됐던 지난해보다 더 낮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계열사의 설비 능력을 키우려 해도 계열사로부터 부품을 납품 받으면 일감 몰아주기로 걸릴 수 있는데 누가 선뜻 투자하겠느냐”면서 “사업 늘리는 자체를 부도덕한 일로 몰아가는 분위기에 대한 기업들의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또 “공정위나 국세청의 조사가 예년과 비교해 기간이 길고 강도가 세 기업들의 부담이 3~4배 정도 늘었다고 한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기업들은 해외 이전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일반적으로 새 정부 초기에는 기업들이 정부 눈치를 보느라 투자를 확대하고 재계에 대한 전방위적인 사정이 투자를 견인하는 효과가 있으나 강도가 임계치를 넘어서자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살리기와 경제민주화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정부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또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에 대해 ‘속도조절’ 신호를 보내고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기업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고 방향을 제시했지만 그 뿐”이라며 “해당 부처에서 이에 맞는 실행방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의 반발과 정부의 속도조절론, 국회 내부의 이의 제기 등이 맞물려 국회에 계류중인 주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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