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스토리’로 손님 모은 수원 팔달문 시장, 경북 영주 풍기 선비골 인삼 시장

[르포] ‘스토리’로 손님 모은 수원 팔달문 시장, 경북 영주 풍기 선비골 인삼 시장

기사승인 2013-06-23 17:14:01


[쿠키 경제] “대형마트와 달리 전통시장은 단골장사를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슷비슷한 제품의 품질 대신 ‘사람이야기’로 손님을 끌어야 하죠.”

경기도 수원 팔달문 시장을 문화관광형시장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에 참여한 브랜드스토리 정영선 이사는 말했다. 지난 20일 찾은 경기도 수원 팔달문시장은 손님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팔달문시장은 화성 팔달문(남문) 일대에서 경기 남부 최대 상권을 이루고 있는 9개 시장 중 하나로 22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 정조가 수원을 새로운 수도로 삼으려 했던 꿈을 담은 이 곳은 2011년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진흥원의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을 통해 대형마트에 위축된 시장에서 ‘왕이 만든 시장’으로 거듭났다.

팔달문시장은 ‘왕이 만든 시장’이라는 브랜드를 틀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만들어갔다. 화성행궁 관광을 마치는 길목에 담벼락을 따라 정조가 시장을 만든 이야기를 그려 그림을 따라 오다보면 시장 한 가운데에 오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 지점에 정조가 술을 마시는 조형물을 만들어 방문객이 정조와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는 포토존을 만들었다. 조형물에는 정조가 즐겨 썼다는 ‘불취무귀(不醉無歸)’라는 단어를 새겼다. 취하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시장에 스토리를 입힌 것이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제품이 아닌 상인을 내세워 사람들을 시장으로 이끈 점이다. 시장 입구에 ‘유상(柳商) 박물관’을 만들어 방문객들에게 상인들을 소개했다. 상인 한명 한명의 개인적인 사연과 운영하는 가게에 대한 이야기를 적고 실물과 똑같이 점토로 만든 인형을 전시했다. 유상이란 과거 정조의 뜻에 따라 이곳에 모여든 선비 상인들을 말한다.

경북 영주에 위치함 풍기 선비골 인삼시장은 지역에서 인삼을 재배하던 상인들이 스스로 만든 시장이다. 단일 품목으로는 동양 최대 규모의 시장으로 상인들이 1인당 자비 7000만~8000만원을 들여 2만5124㎡ 규모의 현대식 시설을 지었다. 그 안에는 66개 인삼전문 매장이 있다.


상인들은 시장을 단지 만들기만 한 것이 아니다. 소수사원 등 주변 관광지를 상인들이 직접 다니면서 관광버스 기사들에게 전단지를 배포하고 주차시설을 적극 홍보했다. 지역 문화 유적지로 오는 관광객들을 시장으로 이끌기 위해서다. 2008년 오픈 당시부터 이곳에서 인삼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오창순(52·여)씨는 “시장투어 상품을 통해 방문하거나 개인적으로 왔던 손님들이 택배를 통해 다시 주문하거나 재방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차공간이 좋은 점을 잘 홍보했더니 관광버스들이 지나가면서 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먼 길을 온 관광객들은 문화유산도 둘러보고 산지에서 저렴하게 인삼을 사갈 수 있어 일석이조다.
풍기선비골인심시장을 찾은 중국인 유학생 짜오정(29)씨는 “제품의 품질도 좋을 뿐 아니라 상인들의 설명도 친절해 가족, 친구들을 위한 선물을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었다”며 “유명 관광지와 전통시장을 함께 만나보니 한국의 전통 문화를 제대로 즐긴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수원, 영주=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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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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