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새 정부 들어 해외자원개발사업에서 잇따라 ‘포기선언’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의욕이 앞선 나머지 충분한 검토 없이 사업을 밀어붙인 결과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카자흐스탄 남카르포브스키(South Karpovsky) 광구 처분과 우즈베키스탄 아랄해 탐사광구 사업종료 안건을 의결했다. 카자흐스탄 광구의 경우 참여 지분 42.5%의 매각을 시도하고, 불발되면 지분 청산을 하기로 했다. 우즈베키스탄 광구는 경제성이 낮다고 자체 평가했다.
한국가스공사도 지난 4월 이사회에서 동티모르 해상광구 탐사사업 관련 개발 전망이 낮은 것으로 판정받은 4개 광구를 반납하기로 했다. 이사회 회의록에는 “초기 투자시 보다 정확한 예측과 리스크 분석 필요”라는 참석자의 발언 요지가 적혀 있다. 처음부터 신중한 검토 없이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얘기다.
두 공기업이 철회한 사업은 2006년 이전부터 추진된 것으로, 엄밀히 말해 지난 정부가 벌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다른 해외자원개발사업을 대규모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재검토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한국광물자원공사도 호주와 페루에서 동·아연·니켈 탐사사업을 접었다. 광물자원공사는 호주에 19억원, 페루에 18억원을 투자했지만 빈손으로 사업을 끝냈다. 광물자원공사는 최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인 E등급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에너지공기업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참여한 박종래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24일 “그동안 공기업들이 ‘돈 들고 가서 자원을 사면 된다’는 태도로 사업을 해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후발주자이므로 다른 선진국의 선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심층 연구를 한 뒤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종수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공기업의 역량 부족에서 원인을 찾았다. 해외 컨설팅사에 맡겨 분석한 리스크 보고서조차 제대로 해석,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탐사·개발·생산 모든 단계에서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어떤 공기업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 주도의 ‘묻지마 투자’가 행정과 예산 낭비를 초래했다는 얘기다. 한국가스공사의 현재 해외사업 21건 가운데 14건이 2008년 이후 사업이다. 석유공사도 해외사업 44건 가운데 21건이 2008년 이후 정부에 신고된 것이다.
현 정부는 최근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효율성이 부족한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정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전 정부의 역점 사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사업을 중지시킬 게 아니라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정부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창출하려다보니 무리한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문제가 없는 사업인데도 실적을 위해 획일적으로 정리하는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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