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씨사설]자귀나무꽃 활짝, 남편 바람피면 자귀나무꽃을 안방에 두어라

[오늘날씨사설]자귀나무꽃 활짝, 남편 바람피면 자귀나무꽃을 안방에 두어라

기사승인 2013-06-25 10:34:01


[친절한 쿡기자 - 오늘날씨사설(私說)] 남편이 속 썩이세요? 매일 고주망태가 되어 가정에 소홀하거나, 더 나아가 바람을 피워 속을 뒤집어 놓나요?

지금 자귀나무꽃이 한 창입니다. 그런 남편을 위해 자귀나무꽃을 꺾어 침실에 꽃아 두세요. 가정에 충실해진답니다.

웬 고래적 이야기냐 싶지만, 자귀나무가 합환수(合歡樹)이기 때문입니다. 자귀나무 잎은 해가 지면 그 잎이 저절로 서로 마주보며 합쳐져 ‘부부의 금실’을 상징했죠. 합혼(合婚樹)라고도 합니다. 부채처럼 피는 연분홍 꽃도 아름다워 옛 어른들은 정원수로 즐겨 심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 명종 16권(1554년)에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풀씨(草實)가 내렸는데 좌귀(佐槐)나무 열매 같기도 하고 작두(雀豆) 같기도 하였다.’

그해 4월에 자연 재해가 많았다고 합니다. 하늘에서 콩 같은 것이 쏟아졌는데 이를 표현하기를 자귀(佐槐), 작두 열매 같다고 말 한거지요.

어전 회의에선 이를 두고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재화(災禍)는 까닭 없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그 감응이 있는 것이니, 이를 막는 방법은 하늘을 공경하고 자신에게 죄를 돌리는 것에서 벗어나지 않을 뿐이다.’

그러면서 ‘시경’에 한 구절도 인용하지요. ‘하늘(昊天)이 밝으사 네가 가는 곳마다 보고 계시다’는 말씀입니다. 자고로 예나 지금이나 하늘 무서운 줄 알고 살아야지요.

어쨌든 좌귀, 즉 자귀나무 열매 같은 것이 하늘에서 내렸답니다. 자귀열매는 15㎝ 정도의 협과에 5~6개의 종자가 들어 있습니다. 대개 9월 말~10월 초에 성숙합니다.

참, 자귀나무를 귀신나무로 오해하고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밤중에 잎이 접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를 두고 ‘귀신이 와서 자는 것 같다’고 하여 자귀나무라고 이름 지었다는 설화가 있습니다.

한데 위에서 보신 것처럼 좌귀(佐槐)였는데 ‘좌’라는 발음이 번거로워 ‘자’로 변했고, ‘느티나무 귀(槐)’가 ‘귀신 귀(鬼)’로 바뀌면서 자귀나무가 됐다고 봅니다.

또 제주도에서는 ‘잡귀낭’ ‘자구낭’이라하여 본토와 달리 집 안에 심지 않는 금기목으로 여겼는데 이 또한 제주의 지역적 특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바람이 유독 심한 제주는 자귀와 같은 연한 재질의 나무는 버티기 힘들지요. 따라서 집 안에 자귀나무를 심었다간 화를 당할 수 있었던 거지요.



이 자귀나무꽃을 서울 여의도공원 6번 출입구(사진)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꽃잎이 화려하지요?





자귀나무꽃을 볼 수 있는 25일 전국의 날씨는 구름이 많이 끼겠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내륙지역은 대기 불안정으로 늦은 오후부터 저녁 사이에 한때 소나기(강수확률 60%)가 내리는 곳이 있겠답니다.

제주도는 장마전선의 영향을 점차 받아 대체로 흐리고 오후부터 비(강수확률 70∼78%)가 오겠고요. 남해안은 차차 흐려져 밤부터 비(강수확률 60%)가 조금 오는 곳이 있겠습니다.

낮 최고기온은 22∼31도로 중부지방은 전날과 비슷하고, 남부지방은 조금 낮겠습니다.

최저·최고 기온. 서울 21~30도, 수원 18~29, 춘천 20~29, 강릉 20~24, 청주 21~29, 대전 20~27, 전주 20~27, 광주 20~26, 대구 21~28, 부산 20~25, 울산 19~25, 창원 20~26, 제주 19~24.


국민일보 쿠키뉴스 글·사진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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