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청와대 홈페이지
이날 오후 유튜브에 공개된 청와대 해킹 과정 영상을 보면 해킹된 화면의 가운데에는 푸른색 한반도기가 있고 그 위에 붉은 글씨로 ‘통일대통령 김정은 장군님 만세!’라고 적혀 있다. 화면 왼쪽 상단에는 해적 표시와 함께 ‘Hacked by Anonymous’(어나니머스에 의해 해킹됐다)고 표시돼 있다. 오른쪽에는 ‘민주와 통일을 지향하는 어나니머스코리아’라는 글이 있다.
주목할 점은 화면 오른쪽의 ‘공개자료링크’라고 씌여진 부분이다. ‘새누리당원 신상정보 250만원’ ‘청와대 신상정보 20만원’ 등 글자가 인터넷링크와 함께 붉은색으로 표시돼있다. 해커 일당이 해킹을 통해 국가기관 근무자들의 신상정보를 이미 빼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킹된 화면에는 이밖에 ‘공격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를 기다리라. 우리를 맞이하라’고 적혀 있다. 영어로 ‘We Are Anonymous. We Are Legion. We Do Not Forgive. We Do Not Forget. Expect Us.’(우리는 어나니머스다. 우리는 군단이며, 용서하지 않고, 잊지도 않는다. 우리를 기다리라)는 글도 표시됐다.
유튜브 동영상은 본드라 제임스(Bondra James)라는 이름으로 게재됐다. 그를 추적하는 게 해킹 세력을 밝히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킹으로 인한 업무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청와대 직원이 사용하는 컴퓨터는 내부망과 외부망으로 각각 따로 연결돼 있지만 정보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 홈페이지는 오후 들어 복구됐다.
새누리당 시·도당도 공격
새누리당 16개 시·도당 가운데 8개 당 홈페이지가 비슷한 시간대에 해킹당했다. 일부 시·도당 홈페이지에는 청와대 공격에서와 비슷한 문구가 게재돼 같은 세력의 소행으로 의심된다.
새누리당 강원도당 관계자는 “오전 10시쯤 ‘김정은 장군 만세’ 등 문구가 도당 홈페이지에 떴다”며 “‘어나니머스가 해킹했다’는 등 오늘 해킹 당한 곳에 남겨진 글귀와 동일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서울 경기 인천 부산 울산 광주 경북 시·도당에서도 홈페이지 접속이 불갖능했다. 중앙당 홈페이지는 해킹 공격을 받지 않았다.
일부 언론사 역시 비슷한 시간대 접속 장애를 겪었으나 해킹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스포츠서울, 건설경제, 이투데이 홈페이지 서버가 일시적으로 다운됐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접속 장애가 나타났지만 이유는 불분명하다.
매일신문과 대구일보 등 대구지역 일간지 2곳은 기사작성송고 시스템이 마비됐다. 두 신문사는 해킹에 따른 바이러스 유포 등 외부 영향으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