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앞에서 조선족 북춤…박근혜도 깜놀

시진핑 앞에서 조선족 북춤…박근혜도 깜놀

기사승인 2013-06-28 19:44:01

[쿠키 정치] 중국 정부가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파격에 파격을 거듭하며 최우방 정상 대접을 하고 있다. 미국 등 세계 최강 국가정상이 왔을 때나 거행했던 인민대회당 ‘금색대청(金色大廳)’ 국빈만찬을 베풀며 만주지방에 발흥했던 옛 한민족 국가 부여의 전통무용 ‘영고(迎鼓)’까지 선보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7일 저녁 7시(현지시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 1층 금색대청에서 박 대통령을 위한 성대한 국빈만찬을 열었다. 한·중 유력 인사 150명이 참석한 행사는 장소부터가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금색대청은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가 당시 ‘차기권력’이었던 전인대 상무위원 7인을 처음으로 전 세계 매스컴에 공개한 장소다. 시 주석이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제치고 차기 최고권력자가 될 것임이 공표됐다. 그만큼 시 주석에게는 의미가 남다른 곳이다.

1949년 사회주의 중국이 출범한 이래 금색대청 국빈만찬을 한 외국 정상은 손에 꼽힐 정도다. 근래에도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2012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지난 3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3명만이 초청됐을 뿐이다. 나머지 국가정상들은 인민대회당 1층 구석의 작은 행사장 ‘서대청(西大廳)’에서 국빈만찬을 가졌다. 따라서 금색대청 국빈만찬을 통해 중국 지도부가 박 대통령에 대해 ‘극진한 예우’를 했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지배적인 평가다.

외부에 일절 공개되지 않은 만찬에서는 또 다른 ‘파격’도 있었다. 박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측 초청인사 70여명 앞에서 중국 무용가 텅위는 ‘영고’ 장구춤을 췄다. 한복을 입은 텅위의 춤사위에 박 대통령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영고는 동북 3성에 주로 거주하는 조선족들이 설날 등 전통명절 행사에서 즐기는 민속춤으로 2200여년 전 만주에서 발흥했던 부여의 마을축제에서 기원했다.

시 주석 이전의 중국 지도부는 대한민국 정부와 조선족이 연결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왔다. 그랬던 중국 정부가 금색대청 한 가운데서, 그것도 국빈 방문한 한국 정상 앞에서 조선족 민속춤을 선보인 것 자체가 엄청난 파격인 셈이다. 시 주석이 영고를 통해 우리 정부와 조선족의 관계를 간접적으로 인정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이날 인민해방군 군악대는 10곡을 행사에서 연주했다. ‘한오백년’ 등 한국 민요와 가요가 다섯 곡, 중국 민요·가요가 다섯 곡으로 번갈아가며 울려 퍼졌다. ‘한류’를 대표하는 배우 겸 여가수 장나라씨의 공연도 있었다.

주중대사관 관계자는 28일 “시 주석과 중국 정부는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다른 세부 일정에서도 박 대통령에게 최고의 대접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색대청 국빈만찬 하나만으로도 시진핑 체제의 중국의 친한(親韓) 노선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28일 일정 중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오찬이었다. 시 주석과의 특별오찬 자리에서 영부인이자 ‘패션리더’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조우했기 때문이다. 한국 ‘레이디 프레지던트’와 중국 ‘퍼스트 레이디’가 처음 만난 것이다.

시 주석은 오전 11시 30분 펑 여사와 함께 박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중국 공식 영빈관 댜오이타이(釣魚臺)로 찾아와 특별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는 당초 이번 방문 공식일정에 들어있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이 베이징으로 출발하기 직전 중국 정부의 요청으로 추가됐다. 시 주석이 “정상회담 다음날 한번 더 만나자”고 했다는 것이다.

펑 여사는 지난 3월 러시아 모스크바와 이달 초 미국 캘리포니아를 방문하며 세련된 패션으로 화제를 뿌렸다. 모스크바에서는 공항에 내리면서부터 시 주석과 팔짱을 끼고 트랩에 나서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중국 최초의 ‘서구적 퍼스트레이디’로 유명세를 탔다. 서구식 의상에서 중국 전통의상, 자신의 공식 지위인 인민해방군예술원 총장으로서의 군복까지 다양한 패션을 선보였다.

오전 11시 30분 시 주석 내외를 만난 박 대통령은 분홍색 상의에 회색 바지 정장을 입었고, 펑 여사는 흰색 재킷에 회색 꽃무늬 원피스 차림이었다. 시 주석은 검은색 양복 정장을 착용했다.

박 대통령은 펑 여사에게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책임이 무겁지 않으시냐”고 물은 뒤 “과거에 저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해봐서 그 책임을 잘 이해한다”고 말했다. 펑 여사는 공감을 표시하면서 “국익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테이블에 앉은 세 사람은 이때부터 오후 1시 25분까지 거의 두 시간 가량 여러 주제를 오가며 환담을 나눴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왜 한반도의 평화통일이 각국에 도움이 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향후 중국이 좋은 동반자가 돼 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전했다.

이에 시 주석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실현을 낙관적으로 본다. 한국이 남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서울 프로세스)을 구현하는데도 중국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중국 지린성에 있는 안중근 의사 유적에 중국 정부가 기념 표지석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했고, 시 주석은 유관기관에 이를 잘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답했다. 시 주석은 “저는 박 대통령의 열렬한 팬”이라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은 오찬 말미에 한·중 관계의 발전을 의미하는 선물을 주고받았다. 시 주석은 당나라 시인인 왕즈환(王之渙)의 한시 ‘관등성루(登觀雀樓)’ 구절이 쓰인 서예작품과 중국 전통 수공예 법랑 항아리 한 점을 선물했다. ‘백일의산진(白日依山盡), 황하입해류(黃河入海流). 욕궁천리목(欲窮千里目), 갱상일층루(更上一層樓)’라는 이 시구는 “하얀 햇빛 스러지는 산, 누런 강물 흘러드는 바다. 천 리 너머를 바라보려고, 누각을 한층 더 오른다”란 뜻이다. 박 대통령은 찻잔 세트를 선물하며 “우리나라 춘천에서 나오는 옥으로 만든 것인데 옥은 예로부터 잡귀를 쫓아낸다는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펑 여사에게 따로 주칠함(朱漆函)을 선물했다. 펑 여사는 “함이 아주 예쁘다”며 기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베이징=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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