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프로골퍼가 성공하려면 자신의 노력 50%에 부모의 헌신 50%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박인비의 뒤에도 항상 응원해 주고 아낌없이 지원하는 아버지 박건규(52)씨와 어머니 김성자(51)씨가 있다. 지난주 주말 미국으로 건너간 부모는 딸을 위해 기도하며 힘을 불어넣어 줬고, 2주 연속 우승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어머니는 딸을 위해 정성껏 한국 음식을 만들기도 했다.
박인비는 어렸을 때 동물을 좋아해 수의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김씨는 딸에게 여러 가지 운동을 가르쳤다. 남다른 소질을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인비는 강요받은 운동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박건규씨는 박인비가 열 살 때 골프장에 데리고 갔다. 박인비는 골프에 관심을 보였다. 딸의 재능을 확인한 박씨는 딸에게 골프를 가르치기로 했다. 박씨는 1998년 새벽 TV를 통해 박세리가 ‘맨발의 투혼’ 끝에 한국 선수 최초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딸에게 보여 주었다. 그러자 마침내 박인비에게 꿈이 생겼다. ‘나도 언젠가는 세리 언니처럼 LPGA 무대를 호령하고 싶다.’
박인비는 골프를 시작한 지 1년이 채 안된 시점에서 주니어 대회에 나갔고, 5학년 겨울방학쯤엔 주니어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됐다. 김씨는 2001년 딸을 ‘골프 여제’로 키우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박인비는 이듬해 US주니어선수권에서 우승했고, ‘올해의 주니어 선수’에도 선정됐다. 그리고 2008년엔 US여자오픈에서 대회 최연소로 우승하며 ‘신데렐라’로 등극했다. 하루아침에 세계 정상에 선 박인비는 갑자기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3년 동안 우승은커녕 톱5에도 들지 못했다.
김씨는 딸의 슬럼프에 대해 “어린 나이에 큰 시합에서 우승했기 때문에 이후 대회에서도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껴 경기력이 저하됐다. 당시 인비가 골프가 자기한테 맞는 운동인지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흔들리던 박인비를 잡아 주고 대회장에 나설 용기를 준 사람은 남기협(32)씨다. 박인비는 2011년 프로골퍼 출신인 남씨와 약혼했다. 남씨는 박인비와 투어 생활을 함께하며 스윙 코치 겸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다. 남씨는 자신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습득한 스윙 노하우를 약혼녀에게 전수했다. 박인비는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남씨에 대해 “약혼자이기 이전에 스윙 코치이고 친구다. 많은 도움이 된다. 심리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박인비는 내년 시즌을 마친 뒤 남씨와 결혼할 예정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