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위안부 사과부터” 日올림픽 반대 서명 ‘한-일 대첩’에 세계는 즐겁다?

[친절한 쿡기자] “위안부 사과부터” 日올림픽 반대 서명 ‘한-일 대첩’에 세계는 즐겁다?

기사승인 2013-07-03 09:27:01


<#003 韓 vs. 日 '도쿄 올림픽 대첩' 그런데 뒤통수가 따끔하다>

[친절한 쿡기자-하드윤미의 똥개훈련] 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를 놓고 온라인에서 한국과 일본 네티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올림픽 개최 후보지 중 하나인 도쿄를 후보에서 퇴출시키라는 온라인 서명 운동이 발단이 됐습니다. 다수의 한국 네티즌이 서명에 참여했고 그 사실이 일본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일본 네티즌들이 공분한 것입니다.

지난 3월 세계적인 온라인 청원 사이트 '고피티션(www.gopetition.com)'에 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 후보지에서 도쿄를 퇴출시키라는 서명 운동이 등록됐습니다. 이 청원 운동을 시작한 돈 토우(Don Tow)라는 네티즌은 "일본 정부는 2차 세계대전의 전쟁 범죄에 대해 공식 인정과 사과를 하고 있지 않다"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0년 올림픽 개최 후보지에서 일본을 제외하도록 세계 모든 네티즌이 참여해달라"는 취지의 글을 남겼습니다. 미국 뉴저지주에 거주 중인 70대 물리학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이 글에서 위안부 문제는 물론 중국 난징대학살, 필리핀 바탄에서 일어났던 '죽음의 행진' 등을 거론하며 "이제 세계는 말보다 확실한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2차 대전의 전쟁 범죄를 부인하는 일본이 2020 하계 올림픽 개최권을 획득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약 4개월이 지난 7월 3일 현재 이 청원 운동에는 총 2만4500여 명의 네티즌이 서명을 했습니다. 서명을 남긴 네티즌 중에는 미국과 영국, 중국, 호주 등 여러 나라 사람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네티즌은 한국인이었습니다. SNS와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 등을 통해 청원 내용이 국내에 알려졌고 많은 네티즌이 이 서명 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남겨진 댓글 중에는 일본 정부가 전쟁 범죄를 인정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일부에서는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 때문에 올림픽 개최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이 어젯밤 일본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겁니다.

일본 온라인 매체인 제이캐스트(J-CAST)는 7월 2일 오후 8시 이 서명 운동을 소개하며 "한국인의 서명이 상당히 많은데 한국의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서 이 청원 운동이 소개되었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반크(VANK, 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가 IOC에 도쿄 올림픽 반대 서한을 보냈다"며 "반크는 이 밖에도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거나 동해의 명칭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호소하는 운동도 동시에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뉴스는 일본 최대 포털 사이트인 야후 재팬(www.yahoo.co.jp)에 소개되면서 일본 네티즌 사이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밤 12시가 넘은 새벽 시간에도 시간당 약 150~200개의 새로운 댓글이 등록될 정도입니다. 이 기사에는 7월 3일 오전 9시 현재 2260개의 댓글이 남겨져 있습니다.

댓글에는 온갖 비난이 난무합니다. "도쿄에서 개최하게 되면 한국은 참가하지 않는 거지?" "한국 질투 폭발" "평창 때 일본이 많이 도와줬는데 배은망덕하다" "한국 사람들과 해결 방법은 단교 밖에 없어" "재일 한국인이여, 제발 일본에서 꺼져라" "올림픽 유치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한국이 싫어한다면 꼭 유치하고 싶어진다" "한국인들이 이러니 재일 한국인들이 더 고생하지"

한편으로는 "내버려 둬라. 어차피 세계의 다른 네티즌들이 바르게 판단할 거다"라는 등의 의견도 있었지만 댓글 내용 대부분은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이었습니다.

한일 네티즌의 온라인 서명 전쟁은 아주 오래 전부터 거듭돼 왔던 일입니다. 약 10년 전부터 독도 영유권과 동해의 명칭 등에 대해 끊임없이 온라인 서명 운동이 진행돼 왔고, 그때마다 한국과 일본 네티즌들은 서로 투표율을 올리려 부단히 노력했었지요. 거의 전쟁에 가까운 충돌을 보인 적도 있었지만 사실 이 서명 운동이 얼마나 효력이 있는지는 아직도 고개가 저어지는 부분입니다.

그저 이렇게 뜨거웠다가 잊혀졌다가, 새로운 청원이 등록되면 다시 불이 붙는 정도의 반복이었지요. 달아오르고 식고의 반복인 이 파도타기의 언저리에서 문득 든 생각은 한일 네티즌이 서로 싸우고 있는 모습을 제3의 나라에서 누군가 팔짱을 끼고 웃으며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옛말에 "불구경, 싸움 구경이 제일 재미있다" "돈 주고도 못 보는 게 싸움 구경"이라고 왠지 뒤통수가 따끔거리는 느낌이 드는 아침입니다. pooopdog@naver.com

김윤미

2000년대 중반 인터넷 뉴스 태동기에 디시인사이드 디시뉴스 기자로 이름을 날렸다. 인터넷 이슈와 세계 토픽 등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보도하면서 ‘하드코어 윤미’ 줄여서 ‘하드윤미’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중앙일보로 자리를 옮겨 일하다 반복되는 똥개훈련에 지쳐 퇴사했다. 현재는 자유기고가,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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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pooopdog@naver.com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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