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고1, 중2 자녀를 둔 정윤주(43)씨는 지금은 전업주부지만 1996년 아이를 낳기 전까진 조리학과를 나와 기업체 영양사로 일하던 커리어우먼이었다. 당시만 해도 아이를 낳으면 회사를 그만두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던 때라 정씨도 출산과 동시에 으레 사표를 냈다. 이후 둘째를 낳고 키우며 정신없이 살다보니 17년이 흘렀다. 이제 아이들도 웬만큼 컸겠다 한숨 돌릴 여유가 생기자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외국계 기업에 다니던 박영주(37)씨는 2009년 출산하고 이듬해 12월 회사를 그만뒀다. 2년 넘게 육아에만 전념하다보니 문득 애써 쌓은 일본어 실력과 세일즈 업무 경험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처럼 출산, 육아 때문에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의 재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CJ그룹이 4일 서울 용산 GGV에서 개최한 ‘CJ리턴십’ 채용설명회에 1000여명의 주부가 몰렸다. 당초 오전 11시 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할 계획이었는데 사전 신청자만 900명이 넘어 오후 1시 한번 더 하게 됐다.
CJ E&M에서 공연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양혜영 팀장이 두 자녀를 낳고 키우며 ‘브로드웨이 42번가’, ‘아가씨와 건달들’ 등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기획·제작한 경험담을 털어놓자 참석자들은 공감과 부러움 섞인 박수를 보냈다. 양 팀장은 “임신과 출산 당시 동료들에게 받은 배려를 이제 후배들에게 베풀고 싶다”며 “꼭 동료로 만나자”고 힘을 북돋았다.
골드클래스 라운지에 마련된 계열사별 상담부스에도 오전 10시부터 줄이 이어졌다. 초등학교 5, 6학년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지혜(40)씨는 “회계파트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다시 일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며 “리턴십을 통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열심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CJ리턴십은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지원자들은 하루 4시간의 시간제 근무와 전일제 근무 중 선택할 수 있다. 서류와 인성검사, 전문성 면접을 거쳐 리턴십 대상(150명)으로 선발되면 오는 9~10월 6주간 11개 계열사의 32개 직무 분야에서 실무를 담당하게 된다. 리턴십 기간 동안 시간제는 월 90만~150만원, 전일제는 180만~300만원의 급여도 받는다. 이후 임원면접을 통해 최종 입사 여부가 결정된다. LG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육아 및 가사를 이유로 경제활동을 포기한 인구는 지난해 417만명으로 전체 생산가능 여성인구의 21%에 달한다.
CJ는 엄마들의 생활패턴을 고려해 시간제 근무시간을 오전 10시~오후 3시로 정하고 리턴십 기간도 학교 방학이 끝나는 9~10월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리턴십 프로그램으로 향후 5년간 5000개의 여성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최정화 CJ인재원 부장은 “리턴십을 통해 여성들은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고 CJ는 열정이 있는 양질의 여성 인력을 고용해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부장 역시 다섯 살 난 딸을 키우고 있는 직장맘이다.권지혜 기자 jhk@kmib.co.kr